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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구속 3주…檢, 역린 피하느라 골든타임 허비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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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기한은 오는 22일까지다. 검찰이 이 기간 내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지 않으면 그는 석방된다. 사진은 지난 3일 구속영장실질심사 이후 구치소로 호송되는 유 전 본부장의 모습. 우상조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기한은 오는 22일까지다. 검찰이 이 기간 내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지 않으면 그는 석방된다. 사진은 지난 3일 구속영장실질심사 이후 구치소로 호송되는 유 전 본부장의 모습. 우상조 기자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적부심사 청구가 지난 19일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20일이었던 그의 구속기한은 오는 22일로 미뤄졌다. 피의자 등이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한 경우 법원이 수사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검찰에 반환할 때까지의 기간은 구속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형사소송법 214조2 14항에 따라서다. 검찰은 당초 20일 유 전 본부장을 구속기소할 방침이었지만, 구속 기간이 늘어난 만큼 추가 조사와 내부 검토를 거쳐 이번 주 안에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0일 유 전 본부장을 추가 소환해 조사했다. 그와 함께 ‘대장동 패밀리’로 불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56)씨, 천화동인 4호 남욱(48) 변호사, 5호 정영학(53) 회계사도 불렀다. 이 3명은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측 지분을 44.2%, 25%, 16%를 각각 보유한 1·2·3대 주주다. 이들은 화천대유가 수천억원대 개발이익을 챙기도록 사업과 이익배당을 설계하는 데 공모하고 그 대가를 유 전 본부장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하거나 실제 지급한 혐의(뇌물)로 얽혀있다. 유 전 본부장과 김씨는 ‘1162억원 플러스알파(+α)’ 규모의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의 공범으로도 엮여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배임 혐의는 그가 2015년 2~5월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실무선의 검토의견 보고를 묵살하고 화천대유자산관리에 특혜가 가도록 사업을 설계, 추진했다는 게 핵심이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이 지난달 29일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배임 혐의는 그가 2015년 2~5월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실무선의 검토의견 보고를 묵살하고 화천대유자산관리에 특혜가 가도록 사업을 설계, 추진했다는 게 핵심이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이 지난달 29일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연합뉴스

배임 혐의의 핵심은 ‘민간 사업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내부 견해를 묵살했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2015년 2월께 개발사업1팀(현 개발사업1처) 소속 주모 파트장이 전략사업팀(현 전략사업실) 소속 정민용 변호사(투자사업파트장)에게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내용에 관해 ‘일방적으로 특정 업체에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담아 보낸 e메일 내역을 확보했다. 주 파트장이 이후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대장동 관련 업무에서 배제된 정황 역시 관계자 진술로 확보했다. 같은 해 5월 개발사업1팀 한모 실무관이 같은 취지의 사업협약서 수정안을 김모 개발사업1팀장에게 보고했다가 7시간 만에 초과이익 환수 관련 의견이 사라진 재수정안을 다시 올린 뒤에야 전략사업팀이 검토 결과를 회신한 결재 내역도 파악했다.

남은 건 ‘윗선’의 관여 여부지만, 아직 이재명 경기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포함한 당시 성남시 의사결정권자들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로 6일째 이어진 성남시청 압수수색에서도 시장실·비서실은 예외였다. 유 전 본부장이 구속돼 있던 약 3주간 대장동 도시개발 사업 및 성남도시개발공사 업무의 최종 승인권자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전무했던 셈이다. 법조계에선 “어느 쪽으로 결과가 나오든 이 지사의 배임 여부를 밝힐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 도중 들어올린 손팻말을 바라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 도중 들어올린 손팻말을 바라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 검찰 간부는 “법령상 승인권자는 성남시가 아니라 성남시장”이라며 “구속 상태에 있는 피의자는 진술을 받기 가장 용이하다. 그 소중한 시간이 불과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도 ‘역린’을 건드릴까 눈치만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현재 수사가 돌아가는 걸 보면 유 전 본부장을 다른 혐의로 추가 기소하기 힘들어 보인다”며 “구속기소 이후에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라 소환에 불응하면 그만이고, 이 지사에 대한 수사 역시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 지사는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재벌 회장에게 계열사 대리가 제안한 내용을 보고 하는 경우가 있느냐”며 배임 혐의를 부인했다. 이 지사는 앞서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 국감에서 “초과 이익 환수 규정을 삭제했다고 나한테 보고했을 거라고 주장하시는데,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초과 이익 조항을 삭제한 것이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게 팩트”라고 답해 초과이익 환수 포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샀다. 그런데 “행안위 국감 답변은 성남시장이 아니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직원의 추가하자는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취지”라며 주어를 바꿔 “나는 몰랐다”는 기존 입장으로 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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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 관계도 그래픽 이미지.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 관계도 그래픽 이미지.

일각에선 유 전 본부장의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수수 혐의도 그 액수가 구속영장에 적시한 8억원(김만배씨 5억원, 전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씨 3억원)에 불과할 수 있다고 본다.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가 동업 관계에 있는 유원홀딩스에 남 변호사가 투자를 약정했다는 35억원, 유 전 본부장이 정 변호사로부터 빌렸다는 11억8000만원, 김씨가 사전에 유 전 본부장에게 개발이익의 25%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는 700억원 등의 진위와 대가성 여부를 두고 당사자 간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공여자로 지목된 남 변호사와 김씨는 각각 체포시한 경과와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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