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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한 터키 외교장관 "한국과 아프리카 등 제3국 협력 모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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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략자 동반자 관계인 터키와 한국은 국제무대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힘을 합쳐 아프리카와 중동 등 제3국과 협력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형제의 나라' 터키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교장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터키는 아시아와의 연대를 '윈윈'의 협력관계로 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21일 방한하는 차우쇼을루 외교장관은 오는 22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만나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014년 취임 뒤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그를 지난 19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 주한터키대사관 제공.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 주한터키대사관 제공.

Q. 한국과 터키는 역사적으로 우호 관계다. 현재 양국 관계를 진단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발전 방향도 듣고 싶다.

A. 터키와 한국은 2012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내년이면 수교 65주년이다. 양국은 유엔과 주요 20개국(G20), 믹타(MIKTA·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로 구성된 중견국 협의체) 회원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터키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양국 중앙은행 간에 체결된 통화 스와프를 기반으로 각국 통화를 이용해 무역도 할 수 있다. 향후 양국의 전문 지식을 합쳐 아프리카ㆍ중동ㆍ중앙아시아 등 제3국과 협력을 모색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Q. 터키 외교부가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어뉴'(Asia Anewㆍ새롭게 아시아) 이니셔티브는 무엇인가. 한ㆍ터키 관계에 미칠 영향은.

A. 2019년에 시작된 '아시아 어뉴' 이니셔티브는 터키와 아시아 국가의 관계를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효율화하자는 취지다. 장기 과제다. 초반에는 아시아 국가와 무역ㆍ경제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 물류ㆍ국방ㆍ에너지ㆍ금융 등 분야에서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구조를 만들어 정세 변화에 맞춰 조정해나가고자 한다. '아시아 어뉴'를 통해 터키가 기존에 갖고 있던 아시아와의 뿌리 깊은 연대를 서로 '윈윈'하는 협력 관계로 진화시키고자 한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 주한터키대사관 제공.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 주한터키대사관 제공.

Q.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관련해 지역 안보 및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 대중의 관심이 높다. 현지 상황을 어떻게 보나.

A. 터키와 한국은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대피하는 과정에서 오랜 형제답게 협력했다.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에 외교적 자원을 투입하고 인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지의 인도적ㆍ경제적 위기에 눈감게 되면 지역 정세 불안정 뿐 아니라 불균형한 난민 유입, 테러 활동의 증가 등이 우려된다. 탈레반과 점진적으로 관계를 트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법이다. 터키는 카불에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고, 나는 지난 14~15일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과도정부 외교장관과 터키 앙카라에서 회담했다.

Q. 중동 평화 협상 등 중동 정세 관련 터키가 할 수 있는 역할은.

A.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오랜 회원국이자 유럽연합(EU) 가입을 희망하고 있으며 유럽ㆍ대서양 안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터키는 분쟁 지역에 둘러싸인 독특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지역 위기에 대해선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접근법을 취해왔다.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은 매우 크며 시간이 갈수록 문제는 더 복잡해지기만 한다. 일례로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터키는 두 국가 체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을 세우고 이스라엘과 평화로운 이웃이 되는 것이다.

Q.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국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체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국제사회의 가장 큰 단점을 꼽자면.

A.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유엔에서) "세계는 5개국보다 크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이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실태를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유엔 안보리를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없애는 것이다. 터키와 한국은 '합의를 위한 단결'(Uniting for Consensusㆍ유엔 안보리의 확대 개편을 반대하는 국가 모임)의 회원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회고록의 제목을 '단호한 : 분열된 세계에서의 국가 단합'으로 지었듯이, 분열을 조장하기보다는 모든 국가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엔 개혁을 통해 보다 공정한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 주한터키대사관 제공.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 주한터키대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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