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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7 09:31:20

Opinion :강찬호의 시선

"썩어빠진 바보, 멍청이" 전직 총장들에게 이런 욕 들은 검찰

중앙일보

입력 2021.10.21 00:30

업데이트 2021.10.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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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썩어도 너무 썩었습니다. 지금 검찰은 바보 멍청이에 수사 의지도 없습니다.”

“봐줘도 너무 봐주는 거 아닙니까? 검찰은 정의감도 없습니까? 권력이 그리 무섭습니까? 출세가 그리 중요합니까?”

검찰 욕하는 사람이야 널렸다. 하지만 위에 적은 말은 전직 검찰총장들 입에서 나온 말이란게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초선·비례) 전언이다. 조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사위 특혜채용 의혹이 얽힌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 국감에서 검찰의 부실 수사를 맹공한 직후 전직 검찰총장 3명으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정권에 불리한 수사는 죄다 뭉개고 덮는 검찰의 행태가 오죽 심했으면 일생을 검찰에 바친 전직 검찰 총수들이 이런 말을 했을까.

정권 실세들 수사, 뭉개기로 일관
핵심 길목엔 친정권 지검장 배치
전직 총장들 “썩어도 너무 썩어”

전주지검은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이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 등이 이스타항공 사장에 특정인을 앉히라고 부탁했다”고 법정에서 발언했는데도 수사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조수진 의원이 국감장에서 “(김 의원을) 조사했냐”고 묻자 문성인 전주지검장은 “아직 그럴 필요성은… 수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강래 전 의원 동생 명의로 이스타항공 주식 1만주가 헐값에 차명 거래된 의혹도 조사했냐고 따져 물었다. 문 지검장은 “차명 매입 부분은 충분히 수사했다”는 포괄적 답변으로 비껴갔다. 이런 공방을 지켜본 전직 검찰총장들이 조 의원에게 친정을 격렬히 비난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문 지검장은 지난 6월 차장검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전주지검장에 임명됐다. 초임 검사장이 지검장에 직행한 것부터 이례적이다. 그는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과거도 있다. 이러면 ‘승진 부적격자’로 찍혀 한직으로 밀려나는 게 상식인데도 그는 무난히 검사장에 올랐다. (문 지검장은 언론에 “인사 불이익은 사건 발생 10년이 원칙이라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해 라임 펀드 사기 수사를 지휘한 그는 “라임 일당의 대 여권 로비보다 야권 로비 수사에 주력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친정권 성향 검사로 분류됐다. 그런 문 지검장이 이스타항공 사태를 기소한 전주지검 수장에 임명되자 ‘임기 말 정권 수사를 차단하려는 노골적 방탄 인사’란 지적이 제기됐다. 넉 달이 지난 지금, 그 우려는 그리 틀리지 않아 보인다. 문 지검장의 상관이자 역시 친정권 성향인 김오수 검찰총장 조차 문 지검장 편을 들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18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김태년 의원에) 조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문 지검장 답변이 상식에 맞느냐”는 추궁에 김 총장은 “당연히 범죄 혐의가 성립되는지 검토하고 있을 것이고 저도 적절한 지휘를(하겠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허위 인턴·회계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남부지검의 행태도 기가 막히다. 윤 의원은 2011년 미래발전연구원(미래연) 실장 시절 직원 김하니씨를 당시 국회의원이던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의원실에 인턴으로 허위 등록시켜 5개월간 급여를 받게 하고, 김씨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해 수천만원대 자금을 운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김씨가 처벌 위험성을 무릅쓰고 자수하면서 남부지검에 차명계좌 내역 등 ‘스모킹건’에 해당하는 물증을 제출하며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부지검의 수사는 윤 의원을 한 차례 서면 조사하고 김씨를 두 차례 소환 조사한 게 전부다.

김씨는 “자수 11개월 만인 지난 8월 11일 남부지검 모 검사가 ‘사건이 내게 새로 배당됐으니 증거물을 다시 보내주고, 다음 주쯤 들어와 달라’고 연락해와 이메일로 자료를 보내고 교통편까지 예약했다”며 “그 직후 검사가 ‘청사에 코로나가 발생했다’며 만남을 연기하더니 두 달 넘은 지금껏 무소식”이라고 했다. 김씨는 “내가 백원우 의원실 허위 인턴으로 마지막 월급을 받은 게 2011년 12월이니, 올해 안에 기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소 시효(10년)가 끝나는 것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렇게 친문 실세 의원의 의혹 수사에 소걸음인 남부지검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조국 불기소’를 주장하는 등 친정부 성향 검사로 손꼽혀온 심재철 지검장이 이끌고 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은 500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지난 4월 구속기소 되기 직전 “난 불사조다. 불사조가 어떻게 살아 돌아오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검찰 행태를 보면 이 의원이 불사조로 살아 돌아오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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