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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웠다, 유광 점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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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스포츠 경기장에 '백신 패스'가 도입돼 유광 점퍼가 야구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스포츠 경기장에 '백신 패스'가 도입돼 유광 점퍼가 야구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유광 점퍼’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가을 야구를 상징하는 옷이다. 검은색 바탕에 붉은색 소매가 번쩍거리는 이 점퍼는 무척 두꺼워서 쌀쌀한 바람이 부는 10월의 야구장에서 입기에 충분하다.

LG가 마지막으로 왕좌에 오른 1994년, 선수단은 유광 점퍼를 갑옷처럼 입고 가을의 더그아웃에서 환호했다. LG가 긴 암흑기를 통과하던 2000년대에는 ‘입고 싶어도 입을 수 없는 옷’으로 불리면서 한 맺힌 서사를 쌓았다. LG 선수들은 여전히 “포스트시즌에 나가겠다”는 약속을 “팬들이 유광 점퍼를 입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로 대신한다.

잠실구장에 바로 그 ‘유광 점퍼’가 다시 등장했다. 정부가 지난 15일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인 수도권 지역에도 스포츠 경기장 ‘백신 패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사람에 한해 총 관중석 규모의 30%까지 입장할 수 있게 됐다.

LG 역시 지난 19일 키움 히어로즈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100일 만에 관중을 맞았다. 지난 7월 11일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마지막으로 잠실구장에 왔던 야구팬들은 어느새 두꺼운 겉옷 차림으로 출입구 앞에 줄을 섰다. 특히 LG 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유광 점퍼를 꺼내 입고 1루 쪽 관중석을 채웠다.

방역은 여전히 엄중했다. 일단 1층에서 백신 접종 날짜가 찍힌 접종 확인서를 제시한 뒤 체온을 체크하는 게 먼저다. 정상 체온이 나와도 붙이는 체온계를 발급받아야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체온이 정상 기준치(37.5℃)를 넘으면 자동으로 붉게 변하는 제품이다. 2층에서는 콜 체크인을 통해 방문 등록을 마친 뒤 마지막으로 입장권을 확인했다. 입구를 최종 통과하면 안전요원이 관중석에서 적절히 거리를 두고 띄어 앉도록 안내했다.

여전히 관중석엔 빈자리가 많다. LG의 잠실 홈 경기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은 총 7405명. 19일 경기 전까지 입장권 1570장이 예매됐고, 최종 관중은 1624명으로 집계됐다. 3개월여 만에 관중석 빗장이 풀린 날치고는 기대를 밑도는 수치다. LG가 선두권에서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인 걸 고려하면 더 그랬다. 두 번째 날인 20일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첫날과 비슷한 1500여 장이 예매됐다.

그래도 LG는 “이 정도 관중도 충분히 고무적”이라며 희망을 찾았다. 류지현 LG 감독은 “선수단 전체가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다. 잠실에 모인 홈 팬들이 응원의 박수를 쳐 주시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이 잘 전달될 것 같다”고 반겼다.

LG 관계자는 “아직은 시기상 20~40대 중 백신 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난 사람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며 “입장 요건을 갖춘 팬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규시즌 마지막 주인 다음 주에는 관중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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