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44만명 치료 ‘캄보디아의 슈바이처’

중앙일보

입력 2021.10.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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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제33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우정 헤브론 의료원장이 캄보디아 현지에서 어린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제33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우정 헤브론 의료원장이 캄보디아 현지에서 어린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캄보디아 아이들의 맑은 눈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온 것 같습니다. 간단한 치료로 나을 수 있는 병에 걸려도 생명을 위협받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에서 헤브론 의료원을 운영 중인 김우정 원장은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7년 전 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김 원장은 한국에서 소아과 의원을 운영했다. 그러다 2004년 설 연휴를 맞아 떠난 캄보디아 단기 의료봉사에서 인생이 바뀌었다.

김 원장은 “허벅지에 큰 종기가 있는 10살 남자아이를 만났는데,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병을 오래 키운 상태였다”며 “열이 펄펄 끓어 맑은 눈망울이 초점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수술 도구가 없어 멀리 병원이 있는 곳에 아이를 이송해 치료해야 했는데 비용이 100달러에 불과했다”라며 “우리에겐 적은 돈이지만, 누군가에겐 생명이 달려있구나 싶어 오래 기억에 남는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운명에 이끌리듯 다시 캄보디아 행을 택했다. 2005년 한국인이 운영하는 캄보디아의 현지 클리닉에서 의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본 김 원장은 이듬해 1월 병원을 정리하고 캄보디아로 의료봉사를 다시 떠났다.

낯선 나라에 적응할 새도 없이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김 원장은 많은 환자를 만나면서 이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의료봉사가 무엇일지를 고심했고 새로운 병원 설립을 결심했다.

김 원장은 2007년 9월 소아과 2명, 마취과 1명, 치과 1명의 한국인 의료선교사 4명, 캄보디아 직원 5명과 함께 프놈펜 외곽 지역의 작은 가정집을 리모델링 해 헤브론 의료원을 열었다. 헤브론은 히브리어로 ‘친구들의 마을’을 의미한다.

14년이 지난 현재 의료원은 의사 28명, 간호사 35명, 임상병리사 5명 등을 포함해 10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내과, 일반외과, 정형외과 등 11개의 진료과와 심장센터, 안과센터 등 특화된 전문센터에서 연간 6만여 명을 진료하고 연간 1000여 건의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으로 발전했다.

개원 이후 44만 명이 넘는 환자가 진료를 받았고 2만여 명의 환자가 입원 치료로 건강을 회복했다. 초기엔 무료 병원으로 운영됐지만 병원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환자 형편에 따라 일부 유료로 진료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수여하는 제33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산상 의료봉사상에는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노숙인들을 위해 인술을 실천하고, 주거와 재활 지원을 통해 노숙인들의 삶의 질 개선에 힘써 온 서울특별시립 서북병원 의사 최영아씨가 선정됐다. 사회봉사상에는 아프가니스탄 기아 해소를 위해 콩 재배와 가공산업 육성에 기여한 권순영 ‘영양과 교육 인터내셔널’ 대표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11월 25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아산사회복지재단 아산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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