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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표 부동산세, 당원조차 “낼 돈 없다” 반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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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공동부유’를 내세워 부동산값 거품을 잡겠다고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동산세 도입 정책이 공산당 내부 반발로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중국공산당 내부 인사를 인용해 “시 주석이 추진해온 부동산세 전국 도입이 저항에 직면했다”며 “시범 도입 지역을 기존에 계획했던 약 30개 도시에서 10여 곳으로 축소하고, 오는 2025년까진 부동산세의 전국 확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2011년부터 상하이(上海)·충칭(重慶) 등에서 일부 고가 주택에 물렸던 부동산세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한정(韓正) 부총리에게 맡겨 추진해왔다. 하지만 주택 당국과 세무 부처 등은 올해 초 중앙정부가 의견을 물자 “부동산세 도입은 주택 가격 폭락을 부르고 소비자 지출을 줄여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중국 경제성장률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국 국가통계국]

중국 경제성장률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국 국가통계국]

중국 가계 자산의 약 80%가 부동산에 묶인 상황에서 부동산세를 중과세하면 자산 가치가 급락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54.3%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 거래가 급감하면 지난해에만 1조 달러(약 1173조원)에 이르렀던 지방정부 재정 수입도 급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부동산 관련 상속세가 없고, 재산세도 일부 시범 도시에만 적용된다.

공산당 은퇴 간부들도 정책 철회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당원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한 채 이상의 집을 보유한 상황에서 집값이 내려가면 사회 안정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WSJ는 “세제 개편을 담당하는 한 부총리가 시 주석에게 당분간 광범위한 부동산세를 도입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며 “대신 국가가 주도하는 적정 가격 주택의 공급 확대를 보완책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부동산세 시범 적용 도시는 당분간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베이징(北京)의 ‘중국판 8학군’인 쉐취팡(學區房)의 30평대 아파트의 경우 2000년대 초 약 2억원에서 2016년 25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시 주석이 일찌감치 “집은 주거를 위한 것이지 투기를 위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현실적으로 ‘집값 잡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내년 가을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세금 확대 등 강공 드라이브는 정치적 부담이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의 위기도 부동산세 확대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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