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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겨울옷 실을 배편 없다” 물류대란, 물가대란 부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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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 수입 수산물의 대표 격인 ‘노르웨이산(産) 연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당 2만~2만3000원 선이던 연어 가격은 올해 10월 들어선 2만5000~2만9000원 선에 거래된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불어닥친 물류난 때문에 수입 가격이 20~30% 오른 탓이다. 여기에 유가 상승 등으로 노르웨이 현지에서 연어잡이 어선의 조업 자체가 큰 폭으로 줄었다.

먹거리 가격이 치솟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 물류대란이 발생하면서다. 나라를 가리지 않고 항구 내 조업 인력이 줄어 인력난이 발생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물류비용까지 뛴 때문이다. 물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지만, 그간 쌓인 수출입 화물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 호주, 페루 등 각국의 주요 항구는 병목현상을 겪고 있다.

물류난은 국내 먹거리 가격에 직격탄이 됐다. 연어는 물론 당장 수입 새우값도 문제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들여오는 냉동 수입 새우 가격 역시 지난해보다 15%가량 올랐다. 수입 문어값도 20%가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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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과일 가격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남아메리카나 호주 방면에서 들어오는 배편이 부족한 데다 부산항도 혼잡해 현장에선 과일이 언제 들어올지 일정 자체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산지에서 매장까지 평균 4주 정도면 들어오던 수입 과일이 최근에는 6~8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최근 다이어트 과일로 각광받는 아보카도의 수급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아보카도는 남미 페루산이 많은데, 일주일간 입항이 늦어지면서 최근에는 물량이 없어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과일은 수산물과 달리 입고가 늦어지면 ‘과숙(과하게 익음) 현상’이 발생한다. 배 안에서 잔뜩 익어서 매장에 들어오다 보니 매장에 내놓기 무섭게 바로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되거나, 아예 먹지 못하게 되는 일도 잦다.

패션업계는 대목인 겨울옷 조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포츠·아웃도어나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는 중국과 베트남에 생산 공장을 두거나 현지 공장에 주문자위탁생산(OEM)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나이키는 당장 올해 가을·겨울 시즌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나이키 관계자는 “올 연말과 내년 봄·여름 시즌 시장 수요가 공급 가능 물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베트남 호찌민에 공장을 둔 이랜드는 베트남 북부 하노이와 국내로 물량을 돌려서 가을·겨울 물량을 맞췄다. 하지만 계획 물량과 실제 생산량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하반기 물량은 맞췄지만, 문제는 내년 상반기”라며 “화물 운송이 예전에는 한 일주일 걸렸던 게 요즘엔 3~4일씩 더 걸리고 있다”고 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물류난이) 장기화하면 비용이 커져 어떤 식으로든 업계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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