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환수 조항 누락…이재명·실무진 진실게임

중앙일보

입력 2021.10.21 00:02

업데이트 2021.10.2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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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출석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는 이틀 전 국회 행안위에 이어 대장동 국감 2차전이었다.

논란이 가장 뜨거웠던 건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민간사업자(화천대유)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왜 반영되지 않았느냐였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말자고) 누가 건의했나. 정진상(전 경기도 정책실장)인가,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인가”라고 물었다.

이 지사는 “제가 당시에 알았다고 인정받고 싶은 것 같은데, (김 의원의) 기대와 다르게 저는 이런 이야기를 (당시에) 들어본 일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급 정도 되는 신참 직원이 제안했는데 채택이 안 됐다고 한다”며 “상식적으로 계열사의 대리가 제안하고, 팀장이나 과장·부장·국장·부사장·이사·상무·사장 쪽에서 채택을 안 한 건이라면, 그게 회장한테 보고 되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이라는 최종 결정권자가 중간 과정에서 누락된 대리급 직원의 보고를 받아볼 수 없다’는 취지의 이 지사 해명과 달리 당시 관련 검토가 팀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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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과이익 환수 조항에 대해 검토 의견을 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 소속 모 팀원은 지난 14일 중앙일보와 만나 “인위적으로 기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부서의 의견이었고, 부서 자체적으로 회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문기 공사 개발사업1처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초과이익 환수에 대해 실무 부서에서 2~3번의 의견 개진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는 “팀장 등 윗선의 지시로 대리가 제안하는 게 통상적인 업무의 순리”라며 “공사는 수천억원이 걸려 있는 중요 사업을 독단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18일 “직원 건의 안 받아들여” 20일 “보고 안 받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지난 18일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의원이 이날 이 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왼쪽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지난 18일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의원이 이날 이 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왼쪽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특히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과정에 대한 지사의 설명이 미묘하게 달라지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 논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라 해도 배임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배임이라는 범죄 혐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지난 18일 행안위 국감에서 ‘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포함됐다가 7시간 만에 삭제됐다’는 질문에 “삭제한 게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게 팩트”라고 반박했다. 있는 것을 없애는 행위인 ‘삭제’는 아니라는 해명이었다.

야당은 즉각 “이 지사가 건의를 수용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배임”이라며 맹공에 나섰다. 그러자 이 지사 측은 과거 공사 내부에서 진행된 의사결정 과정을 파악해 국감장에서 사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기조는 이날 국토위 국감에서도 이어졌다.

이 지사는 “제가 그때 의사결정을 이렇게 했다는 게 아니고 최근에 언론에 보도되니까 이런 얘기가 내부 실무자 간에 있다고 알았다”며 “그때 보고받은 게 아니고 이번에 보도를 보고 알게 된 것이다. 당시에 저는 들어본 일도 없다”고 했다. 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있었는데 삭제했다는 건 가짜뉴스”라며 “당시에 제가 ‘알아서 이걸 하지 말아라’ ‘보고받았다’라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동규, 충성한 게 아니라 배신한 것”

이 지사는 이날 오전 국감이 끝난 뒤엔 아예 페이스북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처음부터 없었으니 ‘삭제’할 수 없다. 초과이익 환수 추가 의견을 ‘미채택’했다고 하는 것이 맞다”고 썼다.

국토위 경기도 국감 이재명-야당 주요 공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토위 경기도 국감 이재명-야당 주요 공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이틀 만에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실무자 간 얘기, 보고 안 받아”로 뉘앙스가 바뀌자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 후보가 대장동 설계의 잘못으로 인한 배임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거짓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같은 사안을 두고 계속 말이 달라지고 주장이 배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이날 국감에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이른바 ‘4인방’으로 불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영학 회계사와의 ‘특별한 관계’ 의혹도 부인했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유 전 본부장은 이 후보에게 충성을 다했다”고 말하자 이 지사는 “충성을 다한 게 아니라 배신한 거죠”라고 받아쳤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은) 최선을 다해 저를 괴롭힌 거죠. 이런 위험에 빠지게 했으니…”라며 “최근에 이 친구하고 통화한 일이 전혀 없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사표를 던지고 나가버린 다음에는 이번 대선 경선에는 전혀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 지사는 남욱 변호사에 대해선 “악수 한 번 한 일이 있다고 하는데 기억이 없다. (여태 내가) 악수한 사람은 30만 명 될 것”이라며 “남욱이라는 사람, (이번에) 인터뷰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날 국감에선 국토위원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질의도 관심이었다. 심 의원이 정의당 대선후보인 터라 대선후보끼리 피감기관장과 감사위원으로 맞붙은 것이다. 특히 심상정 의원이 이 지사를 겨냥해 ‘설계자=죄인’이라고 하면서 둘은 충돌했다.

▶심상정=“돈 받은 자가 범인이면, (그걸) 설계한 자는 죄인이다.”

▶이재명=“도둑질을 설계한 사람은 도둑이 맞지만 공익 환수를 설계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심상정=“공익 환수한 것은 내 공이고, 잘못한 건 다 남 탓이고, 곤란한 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냐. 한마디로 ‘내공남불’이다.”

▶이재명=“최소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적하면 충분히 수긍하겠다. 그런데 다 이재명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

또 심 의원이 “대장동 개발이 단군 이래 최대 모범사업이라면 혹시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의 전역에 전파할 거냐”고 묻자 이 지사는 “대통령이 되면 경기도 방식이 아니라 LH를 통해 완벽하게 공공개발을 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재명, 이번엔 최대한 웃음 자제

이틀 전 국민의힘 질의에 수차례 “흐흐흐”라고 웃어 논란을 빚었던 이 지사는 이날 최대한 웃음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화천대유에서 돈을 주지 않아서 서운했냐”는 질문엔 소리 내 웃으며 “재밌는 이야기 잘 들었다”고 했다.

이 지사의 역공을 취하는 듯한 답변 태도는 이틀 전과 유사했다. “묻는 대로 대답하라”(이종배 의원)는 질문에 “범죄인 취조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바로 대꾸했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자고 건의한 사람이 누구냐”며 수차례 질문을 퍼부은 김은혜 의원의 질문엔 “이런 식으로 질문만 하고 공격만 하고 답을 안 하면 앞으로는 아예 기관위임사무, 보조사업 외엔 아예 답변을 안 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날 국감은 오후 7시10분 무렵 종료됐다. 국감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난 이 지사는 “가짜뉴스와 국민의힘의 정치적 선동 때문에 왜곡된 많은 사실이 많이 조정된 것 같다”며 “이제 제대로 실상을 이해하게 됐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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