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확률 87%입니다" 졸리가 한국인이라면 불가능한 일

중앙일보

입력 2021.10.20 22:12

업데이트 2021.10.20 23:08

2013년 유전자 검사 후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줄이기 위해 절제수술 받은 안젤리나 졸리. [중앙포토]

2013년 유전자 검사 후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줄이기 위해 절제수술 받은 안젤리나 졸리. [중앙포토]

미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안젤리나 졸리(46)는 8년 전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유방암 예방 차원에서였다. 이런 의학적 선택은 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로 가능했다. DTC는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소비자가 직접 검사 업체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 걸 말한다.

졸리는 유방암 가족력이 있었는데 유전자 검사 결과, 유방암·난소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BRCA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검사 결과 졸리는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암 예방을 위해 유방을 절제 수술을 감행했다. 2년 뒤엔 난소암 예방 수술도 받았다.

DTC 자료사진. 연합뉴스

DTC 자료사진. 연합뉴스

비의료 기관 DTC 활용 제한적 

유전자는 인간의 ‘설계도’로 불린다. 질병 유무도 유전자가 관여한다. 유전자를 알면 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비의료 기관의 DTC 유전자 검사의 활용범위는 여전히 좁은 실정이다. 이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DTC 유전자 검사 허용 항목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알코올 의존성 같은 개인특성이나 운동능력, 영양 상태, 피부·모발, 식습관, 건강관리 정도 수준이 가능하다. 암 같은 심각한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항목은 없다.

DTC 유전자 검사는 현행 생명윤리법을 적용받는데,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 검사기관에서는 원칙적으로 질병 예방과 진단·치료와 관련한 유전자 검사를 해선 안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DTC 유전자 검사는 개인 특성, 건강 상태와 관련한 항목에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며 “질병·질환 관련은 DTC검사로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美, 각종 질병 위험도 확인 가능 

반면 미국은 다르다. 졸리처럼 암을 일으키는 변이를 가졌는지 확인부터 알츠하이머·파킨슨병·강직성 척추염·천식·아토피 등 질병 위험도를 알 수 있다. 각종 암도 물론이다. 심지어 말라리아 내성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일본·중국도 비슷하다. 미국처럼 장벽이 높지 않다. 한국은 ‘가능한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인 데 비해 이들 국가는 정반대의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디지털 헬스케어 등 정밀의료 산업의 경쟁력이 의료 선진국보다 뒤처진단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유전체 질환 원인 규명이나 맞춤형 신약개발 등 정밀의료 분야는 미국과 4.8년~5.8년가량 격차가 벌어졌다.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은 앞으로 5년 뒤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감장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스1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감장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김미애 의원은 “한국의 공공의료 빅데이터 규모와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의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그런데도 유전체 정보를 비롯한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부재하다 보니 데이터의 가치가 아까울 따름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현 사회는데이터 시대다. 개인의 라이프 로그(전자기기를 사용해 일상의 모든 것을 저장하고 검색하는 것)에 집중돼 있다”며 “개인 의료 데이터가 라이프 로그와 연결되면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저비용 고효율’의 의료서비스가 가능해질 수 있도록 디지털 환경을 시급히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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