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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환수 놓고 격돌…이재명 “대리가 회장한테 보고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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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출석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와 국민의힘이 또다시 정면충돌했다. 행안위 국감(18일)에 이어 대장동 국감 2차전 격인 이날 국감에서 야당은 이 후보의 배임 의혹, 말 바꾸기·위증 이슈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 “국감은 인사청문회가 아니다”라며 직무 관련 외 답변은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감 내내 “도둑은 국민의힘”이라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2021.10.20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2021.10.20 국회사진기자단

‘환수 조항 미채택’ 배임 논란에…“대리가 재벌 회장에 보고하나”  

이날 가장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는 대장동 개발 과정 중 왜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환수 조항이 반영되지 않았느냐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초과이익 조항을 삭제한 게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는데 이날 국민의힘은 “배임 자백”이라고 주장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초과이익환수 조항 추가를) 누가 건의를 했나. 정진상(전 경기도 정책실장)인가,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인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가 직접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것을 전제로 물은 질문이지만, 이 후보는 “제가 당시에 알았다고 인정받고 싶은 것 같은데, (김 의원의)기대와 다르게 저는 이런 이야기를 (당시에) 들어본 일도 없다”라고 말했다.

20일 국회 국토위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경기도청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뒤로 답변자료를 정리한 팻말들이 쌓여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일 국회 국토위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경기도청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뒤로 답변자료를 정리한 팻말들이 쌓여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대리급 정도 되는 신참 직원이 제안했는데 채택이 안 됐다고 한다”며 “상식적으로 계열사의 대리가 제안하고, 팀장이나 과장ㆍ부장ㆍ국장ㆍ부사장ㆍ이사ㆍ상무ㆍ사장 쪽에서 채택을 안 한 건이라면, 그게 회장한테 보고 되겠나”라고 설명했다. 이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의 주어(主語)가 본인이 아닌 부하 간부였고, 자신은 당시에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에 김 의원은 “하루 만에 주어가 바뀌었다”며 “(그럼) 건의를 (받고) 거절한 사람은 누구냐. 그 또한 모르고 있다면 무능한 것”이라 말했고, 이 후보는 “당시 예정이익이 3600억원이었기 때문에 그 절반을 받았는데 협상 중 1800억원의 상대 몫이 혹시 더 늘어나면 받자는 실무의견을 (간부가) 채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어떻게 배임이 될 수 있나”라고 배임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이 후보는 오후 국감에선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했다는 주장은 가짜뉴스이고, 실무 직원의 의견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 주장으로) 가짜뉴스가 또 돌아다니게 됐다"고 주장했다.

배임 공방은 장외에서도 이어졌다. 오전 국감 중지 후,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초과이익환수 추가의견 미채택은 이번에 언론보도로 드러난 새로운 사실”이라며 사전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유튜브를 통해 ‘재벌 회장-계열사 대리’ 발언을 두고, “새로운 스킬이 등장했다”며 “재벌 회장과 대리라면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속으면 안 된다. 그 직원(대리)의 우두머리가 오른팔 측근”이라고 주장했다.

국감 도중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가 검찰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미채택이 아니라) 삭제된 것이 맞다”고 진술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 이 후보는 국감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실무자의 제안이 채택이 안된 건 맞다”면서도 “컴퓨터에서 삭제된 건(여부는) 제가 알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배임 혐의 유동규엔 “배신한 것…최선 다해 나 괴롭혀”

검찰로부터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이 후보의 관계에 대한 공방도 계속됐다. 먼저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가 2010년 성남시장 재직 시절 유동규 전 본부장이 임용되는 과정에 개입한 적이 있는지 물었고 이 후보는 거듭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계속 추궁하자 이 후보는 “의원은 십몇년 전 사안이 기억나느냐”며 “제가 불법적으로 뭘 했을 리는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후 "확인해봤더니 본부장 인사는 시장 임명이 아니라고 한다. 제가 직접 관여를 안 했기 때문에 기억에 없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후 오후 질의응답 때도 이 의원은 국감장 화면에 이 후보와 유 전 본부장이 함께 찍은 사진 여러 장을 띄어놓고 “오랫동안 알아오셨다. 유 전 본부장은 이 후보에게 충성을 다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충성을 다한 게 아니고 배신한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저를 괴롭혔다. 이런 위험에 빠뜨렸다”라고 말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경기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경기도

이어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작년 여름 이후) 통화한 예가 전혀 없다”, “실시간 현안에 대해서 의논하는 사이도 전혀 아니었다”, “(이혼 문제 등으로)압수수색 당할 당시에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라고도 말했다.

“이게 다 국민의힘 정부가 설계한 것”…‘기승전국민의힘’

이 후보는 이틀 전 행안위 국감에 사용했던 ‘돈 받은 자=범인, 장물 나눈 자=도둑’ 문구의 손 팻말을 다시 들어보이며 ‘국민의힘 게이트’ 주장을 반복했다.

이 후보는 특히 “국민의힘의 (민간개발) 강요대로 굴복했더라면 9000억원 모두 민간인이 받았고, '50억원 클럽'이 아니라 '500억원 클럽'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는 “LH가 공공개발을 하는 걸 못하게 한 게 바로 국민의힘”이라며 민관합동개발 추진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물리력 행사까지 하면서 막았고, (분양가상한제 폐지도) 국민의힘 정부가 설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개발이익을 뒤로 나눠 먹은 게 국민의힘 정치인들”이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민의힘 이야기하지 말라”(김희국 의원)고 격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다시 “대장동 개발 설계는 내가 한 것”이라는 이 후보의 말을 인용해 “설계한 사람이 주범”이라 반격했지만, 이 후보는 “비행기를 설계했다고 해서 9.11테러 설계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이 사건의 가장 큰 설계는 박근혜ㆍ이명박 대통령과 국민의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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