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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장병규·이승건의 창업가정신 “주100시간 근무?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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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기업가를 의미있는 오피니언 리더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부족하다. 창업가가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오피니언 리더 그룹 중 하나로 인정받아 자연스럽게 후배 창업가들이 계속 등장하고, 그게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되는 미래를 꿈꾼다. 한국이 ‘압도적인 창업 천국’이 되었으면 한다.

이승건 토스 대표(코스포 공동의장)가 20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더 창업가'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코스포 영상 캡처

이승건 토스 대표(코스포 공동의장)가 20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더 창업가'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코스포 영상 캡처

이승건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20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창립 5주년 컨퍼런스 ‘더(THE) 창업가’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가가 직원을 하대한다거나, 경제적 이익만 보고 일한다는 왜곡된 인식이 많은데, 창업가들은 인생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새로운 깨우침을 얻고 훌륭한 리더로 성장 중인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코스포는 1700여개 스타트업이 모인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컨퍼런스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코스포 공동의장인 이승건 토스 대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등이 참석했다.

장병규·이승건이 누군데?

장병규 의장과 이승건 대표는 ‘창업가 정신’을 주제로 45분간 대담을 나눴다. 장 의장은 1997년 ‘네오위즈’ 창업을 시작으로, 네이버가 2006년 인수한 검색엔진 ‘첫눈’, 초기 스타트업 투자사 ‘본엔젤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 등을 창업한 연쇄창업자다. 동시에 엑시트(스타트업 투자금 회수) 이후 후배 창업가들에 투자한 엔젤투자자로 꾸준히 씨앗을 뿌렸다. 현 정부에선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치의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아홉번째 창업 아이템이었던 토스를 기업가치 8조원대 핀테크 기업으로 키운 ‘8전 9기’ 창업가다. 간편송금 앱으로 시작해 인터넷은행과 증권업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국내 첫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의 비상장사) 입성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두 사람은 사회자 없이 마주앉아 창업가의 고민과 바람을 얘기했다.

스타트업의 5년 전과 지금

이 대표는 “5년 전만 해도 (누가) 스타트업 간다 하면 집안이 나서서 뜯어말렸는데 이젠 대기업, 전문직, 투자은행(IB) 종사자들이 스타트업을 다음 목적지로 고려한다”며 스타트업 위상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어 “창업가를 오피니언 리더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아쉬워했다.

장 의장은 “창업가는 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외로웠고, 5년 후에도 외롭겠지만 그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러워졌다”며 창업가들에게 “외로워하지 말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진 만큼, 거시경제 흐름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내년과 내후년은 글로벌 경제 수축기니, 창업가들이 시장을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5주년을 맞아 공개한 지난 5년간의 '숫자로 본 코스포'. 사진 코스포 영상 캡처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5주년을 맞아 공개한 지난 5년간의 '숫자로 본 코스포'. 사진 코스포 영상 캡처

장병규·이승건이 풀고 싶은 오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몰입 노동’ 주장에 대한 해명도 나왔다. 장 의장은 과거 4차산업혁명위원장 시절 “혁신은 주당 100시간 일할 정도의 몰입이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이날 “주당 100시간 하면 강요와 착취를 떠올리는데, 본인의 선택으로 그렇게 일하는 사람도 있으니 다양성을 인정해달란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이승건 대표도 “(주 100시간은) 당연히 선택의 자유가 전제된 이야기고, 위대한 성취를 하려면 인생에 한 번쯤은 남다른 몰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장 의장과 마찬가지로 몰입을 통한 압축 성장을 중시하기로 유명하다. 토스 역시 스타트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연봉을 제공하는 대신 업무 강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업가 정신이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이승건 토스 대표가 20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더 창업가' 컨퍼런스에서 대담하고 있다. 사진 코스포 영상 캡처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이승건 토스 대표가 20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더 창업가' 컨퍼런스에서 대담하고 있다. 사진 코스포 영상 캡처

장 의장은 창업가 정신을 “불확실성의 시대에 나침반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국제 관계, 제조업에서 비제조업으로 전환, 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 발전, 양극화를 유발하는 경제 시스템, 기후 위기 등 너무 많은 것들이 불확실한 시대”라며 “(창업가 정신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만들고 바꾸고 혁신하고 시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창업이 가장 숭고해질 때는 주주가치를 실현할 때도, 매출이 늘 때도 아닌 ‘세계가 필요로 하는 풍요를 공급하기 위해 목숨을 걸 때’”라며 “창업가가 지금보다 100배는 많아져야 21세기 인류 문명의 문제들을 겨우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