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칩거에 멈춘 이재명의 시계…文 면담, 선대위 구성 꼬여

중앙일보

입력 2021.10.20 17:31

업데이트 2021.10.20 19:4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가 10일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가 10일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직을) 사퇴하고, 이낙연 전 총리와 잘 만나는 게 중요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시점을 묻는 말에 한 대답이다. 송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후보가) 국정감사를 마치고 나면 (지사직을) 사퇴하실 것으로 본다. 이번 주 중에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선출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당 선대위 구성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아서다. 송 대표는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해 “만나시면 되는 거다. 남북대화도 아닌데”라고 말했으나, 양측 모두 “아직 뚜렷한 회동 시점이 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송 대표 역시 “지금은 좀 우리 총리님(이낙연 전 대표)이 쉬시게 하는 게 도리 같다”며 당장의 회동이 쉽지 않다는 걸 인정했다.

39% 이낙연은 경기도에서 칩거…선거체제 전환 난항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경선 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해단식에서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는 것은 정치할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당 지도부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경선 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해단식에서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는 것은 정치할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당 지도부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39.14%를 득표하고 낙선한 이 전 대표는 이날까지 서울 종로 자택이 아닌 경기도 모처에서 머물고 있다고 한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후보가 전화하시면 이 전 대표가 전화야 당연히 받지 않겠나. 저번에도 받았다”며 “(회동 시점은) 후보가 말씀하시면 알아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 들리는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 후보를 돕는 중진 의원들이 이 전 대표 측 의원들과 여러 경로로 대화를 나눴으나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선 “결국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당사자 간 직접 대화로만 풀 수 있는 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이미 지난 13일 저녁 두 사람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국정감사가 지나면 저희가 한번 만남을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의논하자”고 얘기한 만큼, 이르면 이번 주말쯤 본격적인 대화가 오갈 거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두 사람의 회동이 늦춰지면서, 당의 선거체제로의 전환이 더뎌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대선 때는 경선 종료 나흘 뒤 선대위 인선이 발표됐고, 2012년 대선 때는 후보 선출 이틀 만에 대선기획단이 출범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기국회 기간에 후보가 선출된 이번 대선을 과거와 단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대선 체제 전환이 늦춰지면서 당이 어수선한 건 사실”이라며 “자칫 국민의힘보다 한 달 먼저 선출한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文 대통령 면담도 미뤄져…물꼬 한 번에 터질까

14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 행사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4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 행사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권에선 이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도 이 전 대표와의 회동 시점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당에서 먼저 정리가 되어야 후보가 청와대에 갈 수 있지 않겠냐”며 “청와대에서도 그런 의사를 이 후보 측에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2년 여당 대선 후보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경선 종료 뒤 이틀 만에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고, 2012년 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선출 13일 뒤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이미 경선 종료 뒤 열흘이 지난 만큼, 이 후보와 문 대통령의 만남이 이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내 비주류 출신 이 후보 입장에선 친문(親文) 지지층의 결집에 시간이 걸리는 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 후보의 지사직 사퇴 시점 직후로 이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등 낙선 후보들과의 회동이 즉각적으로 이뤄질 경우, 컨벤션 효과에 준하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지사직 사퇴’→‘이재명·이낙연 회동’→‘문 대통령 예방’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이 침체된 지지율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지사직 사퇴 시점에 대해 “공직자의 공직이라는 것이 함부로 버리고 던질 수 있는 가벼운 게 아니라서,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도정에 피해 최소화하게 심사숙고 중이다.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국정감사 후 즉각 사퇴’라는 당 지도부의 입장과는 다소 거리를 뒀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미 실무적으로는 전국 민생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도 마련된 상태”라며 “대장동 의혹이 국정감사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도정을 잘 마무리하고 향후 적절한 모멘텀을 확보되면 지지율 상승의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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