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 의료공백' 숨진 정유엽군 父, "처음 정부 유감표명 들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오늘 처음 공식적으로 (정부의) 유감 표명을 들었습니다. 이 소리 한번 듣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이 자리까지 오기가 너무 힘이 들었는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고(故) 정유엽(사망당시 18살)군 아버지 정성재씨가 한 말이다. 유엽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지난해 3월, 폐렴 증상에도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끝내 숨을 거뒀다. 정씨는 이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사건의 진상규명과 의료 공백 재발 방지를 위한 의료 관련 법 제·개정을 촉구했다.

정군, 폐렴 증상에도 코로나 결과 나올 때까지 자택 대기

앞서 지난해 3월 10일. 당시 고3이던 정군은 마스크를 사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동네 약국 7곳을 돌아다녔다. 마스크 공급이 달려 정부가 공적 마스크 5부제 판매를 시행할 때다. 이후 정군은 고열과 두통에 시달렸다. 발열·기침 증상이 있으면 외출을 자제하고 3~4일 집에서 경과를 관찰하라는 정부의 지침을 그대로 따랐다고 했다.

이틀 뒤인 3월 12일 체온이 39도까지 오르자 정군은 경북 경산 중앙병원 내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 검사를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증상은 계속 악화했고 결국 다음 날인 13일 영남대병원에 입원했지만 5일 만에 숨졌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고(故) 정유엽군의 아버지 정성재 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고(故) 정유엽군의 아버지 정성재 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씨를 참고인으로 부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폐렴에도 집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던 점과 ▶영남대병원으로 이동할 당시 호흡곤란이 있었음에도 구급차 이동을 거절당해 아버지 자가용으로 이동한 점 ▶이후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를 연결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졌으나 주말이라 전문의 진료를 받지 못한 점 등 의료 대응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씨 역시 “코로나19 차단 방법으로 일반 응급환자와 사회적 약자 계층에게 행해진 의료 불평등은 K방역의 참혹한 현실”이라며 “정부와 병원 모두 다 책임이 없다고 하면서 사과 한번 안 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재난 위기 시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관련법 제ㆍ개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덕철 장관 “당시 준비 안 된 상태”

참여연대 등 보건·의료·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3월 18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故 정유엽 학생 사망 1주기 추모 기자회견'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뉴스1

참여연대 등 보건·의료·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3월 18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故 정유엽 학생 사망 1주기 추모 기자회견'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우선 정군의 부모님께 송구하다”며 “대구ㆍ경북 지역에 1차 유행이 왔을 때 여러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의료체계ㆍ응급의료체계ㆍ코로나19 외 환자에 대한 적절한 진료 제공을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청장도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응급실 폐쇄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해 코로나 외 환자 진료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응급 환자에 대해서는 신속 검사를 도입하거나 진료 체계 동선을 보완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복지부ㆍ의료계와 협의해 코로나 이외의 환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완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