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달리는 소부장”... 부처칸막이 없애니 R&D 쾌속질주

중앙일보

입력 2021.10.20 12:08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함께 달리기가 부처간 칸막이를 혁파한 혁신적 R&D 협력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소부장 함께달리기는 2019년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와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로 시작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정책이 대성공을 거두는 과정에서 결정적 요인이 된 부처 간 공조를 한층 발전시킨 모델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체감하는 효율성과 만족도가 매우 높아 한국 산업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에 의존하던 소부장 산업 국산화를 절체절명의 각오로 추진했던 ‘소부장 홀로서기’의 시즌2에 해당하는 ‘소부장 함께 달리기’는 한 가지 품목에 대해 기초원천 기술 연구부터 응용, 상용화 개발을 3개 부처가 출발부터 동시에 추진한다.

각 부처의 R&D 전담기관인 연구재단(NRF)-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이 협의체를 구성하고 부처별로 소부장 R&D 수요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쳐 공동 과제를 기획하고 평가 및 지원도 같이 한다.

지난해부터 9차례 개최된 품목발굴위원회를 통해 각 부처별 특성에 맞는 과제를 기획한 결과 퀀텀닷(Quantum Dots, 양자점) 디스플레이, 전력반도체,  유기섬유,  자외선 렌즈,  인쇄회로기판 등 미래 핵심기술 5개 과제가 발굴되었다.

그동안 정부의 R&D 체제는 과기부의 지원을 받아 기초원천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응용 및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려면 다시 원점에서 산업부와 중기부의 평가를 받아 통과해야만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이 복잡해 개발된 기술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소부장 함께달리기’ 시스템은 동일한 품목에 대해서 3개 부처의 연구파트너들끼리 진행 상황을 공유하면서 다음 단계에서 요구하는 상세 스펙과 기술을 공동 활용할 수 있다.

전문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시너지를 발휘하면서도 시행착오를 줄이고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원천기술 연구와 상용 제품 개발의 간극을 없애고 연구자와 사업자가 공동 목표를 향하는 새로운 R&D 협업 체계다.

소부장 함께 달리기의 혁신적인 R&D 방식은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중 유일한 단체종목인 ‘팀 추월’과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선수의 기록이 팀 전체의 순위를 결정하는 만큼 혼자 앞에서 모든 풍압을 견디기 보다는 구간별로 기량에 따라 순서를 바꿔가며 팀 속도를 조정하고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한다. 선수들의 실력이 엇비슷해야 하고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세계 1위인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초격차를 위해 추진 중인 ‘퀀텀닷’ 개발의 경우 한국전자기술연구원 (KETI) 한철종 박사가 모더레이터(moderator)로서 협력과정을 조율하며 KAIST 이도창 교수, ㈜파인랩 송진원 대표이사와 한 팀이 되어 연구개발을 진행중이다.

퀀텀닷이란 매우 작은 나노 크기의 반도체다. 기존 기술에 비해 색 순도와 광 안정성이 높아 차세대 발광 소자로 각광받고 있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다. 포스트 인화인듐(InP) 기술을 적용한 3세대 퀀텀닷 디스플레이 기술은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높은 모듈산업이기도 하다.

이도창 교수가 포스트 인화인듐의 기초·원천 기술개발 관련 과기부 과제를, 한철종 박사는 양자점 잉크화 기술 등 산업수요 관점에서의 상용화에 관한 산업부 과제를, 송진원 대표는 중기벤처부의 소규모 단기 상용화 R&D 지원 과제를 각각 수행하고 있다.

한철종 박사는 “현재 3개 기관뿐만 아니라 국내 유수의 퀀텀닷 관련 연구기관과 학교, 기업들이 참여해 대형 컨소시엄을 구축하여 개발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기존에는 계약에 묶여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이 원활하지 않았으나 함께 달리기 매트릭스 내에서는 기술이전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도창 교수는 “파편화 되어있던 연구 성과물이나 개발 과제들이 이제는 ‘함께 달리기’라는 공동의 목표 하에 하나로 뭉쳐서 정보를 공유하고 연구에 즉시 반영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연구 성과가 기대이상으로 빨리 도출될 것 같다”고 밝혔다.

송진원 대표는 “퀀텀닷 소재는 중소·중견기업에 적합한 기술분야로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역량의 선제적 확보를 통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소재부품장비 품목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국산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며 개발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기업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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