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은 폭발하는데... 남는 게 없다? 中 의류 공장의 고뇌

중앙일보

입력 2021.10.20 10:10

"내년 발주분까지 주문이 밀려 있습니다."

중국 닝보시 의류협회 비서장의 말이다. 중국 의류업계가 '역대 최고급 호황'을 맞은 덕에 내년 치까지 주문이 밀려 있으며 현재는 아예 주문을 받지 않고 있는 공장도 많다고 그는 전한다.

중국 해관 정보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중국 방직 의류 제품의 수출은 1400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1% 오른 수치이자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상반기 기록이다. 코로나 19 이후로 중국 의류공장은 오히려 일이 더 많아졌다. 베트남 등 동남아 쪽 공장들이 셧다운 됨에 따라, 막힌 해외 주문들이 중국으로 몰린 결과다.

[사진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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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의류공장 사장들이 바라보는 현실은 '호황'이란 단어를 쓸 만큼 낙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반대로 '절망'에 가까울 만큼 상황이 어렵다고 그들은 푸념한다. 이유는 많이 생산해도 이윤이 없어서다. 닝보 의류협회 비서장 마오이화(毛屹华)는 "옷 한 벌 팔아도 1위안도 안 남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설명한다. 전력난에 더해 섬유 가격, 해운 운임 상승 등 요인으로 인한 비용 급증이 그 이유다.

"공장 문 닫아", 최악의 中 전력난 사태

중국의 전력난은 전 세계 공급망에 큰 충격을 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석탄 부족 사태와 중국 정부의 고강도 탄소배출 억제정책이 맞물려 작용하면서 중국 공장들은 말 그대로 '멈췄다'.

 전력제한 조치로 불 꺼진 중국 공장 모습 [사진출처=게티이미지]

전력제한 조치로 불 꺼진 중국 공장 모습 [사진출처=게티이미지]

중국 저장, 장쑤, 광둥 등지의 공장들은 전력제한(限电) 조치에 따라 정상적인 공장 가동이 불가능해졌다. 하루 일하고 4~5일을 쉬는 등 이미 직원들의 근무시간 감축에 들어간 곳들도 적지 않다. 지역이나 공장마다 다르지만, 일부 공장의 경우 12월까지 전력제한 조치를 받았고 규모가 큰 공장의 경우 내년 춘절까지 부분적으로 직원들의 휴직을 결정한 곳들도 있다.

이러한 사태에 따라 공장주들이 감수해야 하는 장단기적 피해는 기정사실화됐다. 공장 가동이 물리적으로 제한된 상태에서 인건비와 임대료는 계속 나가니 이는 곧 제조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전 후 자가발전기를 통해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모습. [사진출처=시과스핀(西瓜视频) @强哥农村生活)]

정전 후 자가발전기를 통해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모습. [사진출처=시과스핀(西瓜视频) @强哥农村生活)]

공장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자가발전기를 사서 공장에 배치하는 등 전력난에 대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발전기를 구동하는데 하루에도 전기보다 비싼, 적지 않은 기름값이 소모되지만 그런데도 공장을 멈추는 것보다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판단에서다. 영상사이트 검색창에 '전력제한'을 검색하면 '발전기'가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다. 이외에도 공장주들은 9월 말경부터 국경절 연휴를 앞당겨 시행하는 등 전력난으로 인한 비용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해운 운임 상승

코로나 19발 화물 대란으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해운 운임 역시 이들이 직면한 문제다.

중국에서 해운업계 운임 지표 중 하나로 활용되는 SCFI(상하이발컨테이너선운임지수)는 9월 기준 4590.24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1년 전인 2020년 9월 1390.14 대비 약 330% 오른 수치다. 중국발 컨테이너 운임지표인 CCFI 역시 9월 3173.57을 기록하며 마찬가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해운 운임지표 CCFI, SCFI [사진출처=TRADlink 캡처]

해운 운임지표 CCFI, SCFI [사진출처=TRADlink 캡처]

공장주들에게 있어 물류비용이 두세 배 상승하는 건 직장인들의 출퇴근 비용이 두세 배 상승하는 것만큼이나 '뼈아픈' 지출이다. 서비스의 내용은 같은데 그에 따른 지출만 세 배 이상 올랐으니 체감이 큰 비용 상승이다. 공장주들이 해외 발주분이 늘어도 '신나지 않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이윤율이 높지 않은 의류 공장에 이러한 물류비용의 상승은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원자잿값, 인건비의 상승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증가한 것 역시 중국 공장들에 악재로 작용했다. 의류공장뿐 아니라 섬유공장 역시 셧다운 됐기 때문이다. 중국 의류공장들은 이들 베트남 섬유공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중국 편직의류 제품 수출 1위 기업인 선저우궈지(申洲国际)는 베트남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14일간 현지 섬유공장의 가동률을 30% 수준으로 제한해 운영해야 했다.

 베트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현황 [사진출처=구글 캡처]

베트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현황 [사진출처=구글 캡처]

'세계의 의류 공장' 베트남에서 공장들이 셧다운 되고 줄도산하는 곳들이 늘어감에 따라 이에 따른 원재룟값 상승 타격을 중국공장들도 입게 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면화가격 상승 요인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비용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제조원가 상승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건비 부담 역시 빠지지 않는다. 마오이화는 "코로나 19 이전에 닝보시의 공장 직원들의 평균 임금이 달에 5000~6000위안 사이였다면, 올해는 숙련공 월급 8000위안 선으로 전반적인 그 부담이 늘었다"고 답한다. 코로나 19 이후 30~40%의 인원이 의류공장을 떠났고, 신입 직원들이 잘 충원되지 않고 있다고 그는 밝힌다. 없는 대로 빈자리를 인건비가 비싼 숙련공으로 채우다 보니 전반적인 인건비 부담이 상승했다.

"공장보단 배달" 젊은이들 사라진 공장

젊은 신입 직원들이 충원되지 않는 이유는 최근 중국 젊은이들이 공장 일을 기피하는 현상 때문이다. "공장 갈 바에는 배달하는 게 낫다"라는 것이 요즘 중국 청년들의 생각이다. 공장보다 시간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본인 의사에 따라 더 많이 일하고 많은 돈을 가져갈 기회 역시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셔터스톡]

[사진출처=셔터스톡]

'돈 안 벌리면 안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쉽게 그럴 수도 없는 것이 공장주들의 마음이다. 당장의 이익은 없어도 직원들 월급 주면서 공장을 어떻게든 돌리면, 이후 새롭게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북경복장학원(北京服装学院) 의 궈옌(郭燕) 교수는 "의류공장은 일반적으로 이윤율이 낮긴 해도 수요가 항상 끊이지 않기 때문에 공장주들은 당장의 위기를 넘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동남아의 주문량이 중국으로 상당수 돌아왔고, 추후 전 세계적인 감염병 상황이 정상화됐을 때의 보복 소비로 인한 호황 등 '손에 잡힐 것 같은' 기회들이 계속 아른거려서다. 적자 생존한 공장들만이 이 기회를 잡을 수 있기에 중국 공장들은 오늘도 '버티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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