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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안보 위기 처한 중국이 믿는 '뒷배'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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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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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에너지 대란과 석탄 가격의 상승, 외교 리스크, 상부의 '탄소 제로' 압박, 폭우 등 이상 기후 현상까지···

중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들은 복합적이고, 또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고 전력난이 오자 중국의 공장들은 멈췄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에너지 문제가 경제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임을 실례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전력난으로 일주일 간 정전 상태로 유지됐던 랴오닝성 선양시의 한 국도 모습 [사진출처=SCMP]

전력난으로 일주일 간 정전 상태로 유지됐던 랴오닝성 선양시의 한 국도 모습 [사진출처=SCMP]

중국만이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국가들이 모두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다. 불똥이 경제에 튀려 하자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탄소배출 저감'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었다. 타협안을 논의하고, 일단 석탄을 사서 불씨를 먼저 잠재우기로 했다. 외신들은 올해 석탄 사용량이 작년보다도 늘 것이란 예측들을 한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단어는 사실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요즘이다.

 석탄 가격의 상승과 산시성 광산에서 석탄을 채굴하는 노동자 모습 [사진출처=블룸버그]

석탄 가격의 상승과 산시성 광산에서 석탄을 채굴하는 노동자 모습 [사진출처=블룸버그]

현실적인 '석탄 대체방안' 될 신재생에너지는?

일련의 사건들로 중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에서 2060년 '탄소 제로 국가'까지 가려면, 현재 중국 전력 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석탄 화력을 대체할 자원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중국에서도 '믿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태양에너지다.

[사진출처=신화]

[사진출처=신화]

2060년에 태양광이 중국 전체 전력 소모량의 40% 충당할 것

SCMP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 연구원들로 구성된 한 연구팀은 "태양광 에너지 발전 단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져 2023년 석탄에너지 발전 단가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이며, "에너지 저장 방법만 갖춘다면 태양광 에너지는 킬로와트시(kilowatt-hour) 당 2.5센트 정도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춰, 2060년 중국 전체 전력수요의 40%를 충당하게 될 것"이란 예측을 하였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자 탄소 배출 국가이긴 하지만, 동시에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소'이기도 하다. 전 세계 태양광 에너지의 대략 3할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중국은 어떻게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소'가 됐을까

 2019년 세계 태양광발전 설치용량 비교(연간/누적) [사진출처=국제에너지기구(IEA)]

2019년 세계 태양광발전 설치용량 비교(연간/누적) [사진출처=국제에너지기구(IEA)]

중국의 누적 PV(photovoltaics, 태양광발전)설치용량은 2019년 기준 1위인 204.7 기가와트(GW)로 2, 3위인 유럽연합(131.7GW)과 미국(75.9GW)을 합친 것과 비슷했다(국제에너지기구,IEA). 물론 인구 요소가 배제된 수치지만, 중국은 빠르게 태양광발전 설비를 늘리고 있기도 하다. 2020년 말 기준 중국 설치용량은 253GW를 보유했고, 향후에도 매년 70GW-90GW 수준으로 늘게 될 것이라고 중국 태양광발전산업협회는 전망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 속도 수준이다.

중국이 최대 태양광발전 설비 보유국이 되고, 빠른 보급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중국이 태양광 패널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설비를 수출하며 중국 태양광 산업은 성장했다.

 전 세계 태양광패널 제조업체 수 비교(좌) / 2004-2008 중국, 미국의 태양광패널 제조업 규모 비교(우) [사진출처=블룸버그]

전 세계 태양광패널 제조업체 수 비교(좌) / 2004-2008 중국, 미국의 태양광패널 제조업 규모 비교(우) [사진출처=블룸버그]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이 최대 태양광 에너지 설비 제조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산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덕분이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막대한 보조금과 지대 비용 절감, 은행 대출 지원 등의 서포트를 받아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절감된 비용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폴리실리콘 웨이퍼(태양광발전 설비 핵심 중간재)를 얇게 잘라 80%의 원가절감을 이루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의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중국은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 태양광산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미국산 폴리실리콘에 최대 57%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중국 정부의 자국 업체 지원 때문에 미국 패널 중간재 제조업체들은 큰 위기를 맞았다. 기존 중국 잉곳(ingots, 폴리실리콘 다음 단계의 중간재)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미국 폴리실리콘을 수입해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는데, 미국산 소재에 막대한 관세가 부여되면서 자국산으로 대체하게 된 것이다.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미국 생산업체들은 시장에서 도태됐고, 2007년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의 50%를 생산하던 미국은 현재 단 5%만을 점유하고 있다.

 시안의 한 태양광발전 모듈 제조업체에서 직원이 장비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출처=블룸버그]

시안의 한 태양광발전 모듈 제조업체에서 직원이 장비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출처=블룸버그]

결과적으로 현재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75%는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20년 전 전 세계 생산량의 22%를 차지하던 미국은 이제 단 1%만을 차지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블룸버그). 이러한 제조 역량은 중국을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소로 올려놓는 데 바탕을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중국 태양광 발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중국 '인구 쏠림'으로 인한 지역 간 에너지 수요 불균형이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 인구는 동남부 연해 지역을 중심으로 밀집해 있고, 그에 비해 북서부 지역은 적은 인구가 살고 있다. 하지만 생산량이 많은 태양광 발전소는 북서부에 있다. 에너지의 저장과 운송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관련 설비의 설치와 운영 등에 따른 비용의 문제로 실제 태양광 에너지의 단가는 예상만큼 낮지 않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출처=로이터]

[사진출처=로이터]

한편 중국은 당장의 '에너지 충격'을 막기 위해 몽골에서 석탄 발전량을 수입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13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날 오윤엘덴 몽골 총리와 화상 통화를 갖고 무역확대 등 양국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석탄 공급 확대를 요청한 상태이다. 전력난으로 일상생활이 제한되는 등 국민 경제와 삶에 직결되는 에너지 안보의 확립이 먼저이고, 탄소제로 목표는 그다음이라는 판단에서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충분한 에너지 확보가 가능해지기 위해 중국이 가야 할 길은 먼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과 규모의 확대 등 방법을 통해 에너지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것, 장마나 홍수 등 불규칙한 기후에 대한 대응책, 에너지 저장 및 운송의 문제 등 아직 해결할 과제들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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