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환수 건의 수용 안했다"는 이재명…유동규 배임 공모?

중앙일보

입력 2021.10.20 06:00

업데이트 2021.10.20 19:0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경기지사)의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추가하자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발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 민간 초과 이익 환수 포기에 직접 관여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이 후보가 발언대로 성남시장 시절 초과 이익 환수를 도입해야 한다는 직원 건의를 묵살했다면 구속된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업무상 배임 혐의의 공모 관계가 성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 측은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19일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발언의 주어는 ‘이재명’이 아닌 ‘성남도시개발공사’”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가 ‘초과 이익환수 포기’ 최종 결정했나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에서 배임 의혹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가 ① 2015년 2월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작성 당시 이모 개발사업2처장의 민간 초과 이익 환수 조항 추가 의견을 묵살하고 ② 2015년 5월 27일 성남의뜰이 제출한 사업협약 검토 보고서에서 실무 직원의 민간의 초과이익 환수 방안을 7시간 만에 삭제하고 ③ 같은 해 6월 최종적으로 최대 주주인 성남도공이 초과 이익 환수를 포기하고 1822억원만 확정 배당받는 내용의 사업협약·주주협약·정관 등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민간사업자 7명에게 수천억 원대 수익이 돌아가도록 해 그만큼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배임 의혹의 골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배임 혐의 적용 여부는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민간사업자에게 과도한 이익 배분이 돌아갈 수 있음에도 이를 바로잡지 않고 묵인했던 정황이 드러날 경우 이 후보자도 배임 혐의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이런 만큼 대장동 사업 구조 설계 과정에서 이 후보가 어느 정도까지 개입했는지를 밝혀내는 지가 검찰 수사의 핵심이다.

발언 왜 문제 되나…배임 혐의 핵심 ‘임무 위배 행위’?

이런 와중에 이 지사는 지난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초과 이익 환수 규정을 삭제했다(고) 나한테 보고했을 거라고 주장하시는데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초과 이익 조항을 삭제한 것이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게 팩트입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이 “나는 모른다, 실무적으로는 모른다고 하는 데 모든 결정권자는 시장이고 보고를 받는 사람은 시장”이라고 한 데 반박한 발언이었다. 그러면서 “공모 당시 고정이익을 확보하라는 성남시 지침에 따라 그렇게 한 건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환수 조항을 추가하는 것은 본질적인 내용 변경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한 법조인은 “조항을 추가하자는 말이 곧 조항을 빼면 안 된다는 말과 같은 얘기”라며 “이 경우 배임죄에서 규정하는 임무 위배 행위에 적용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배임죄(형법 제355조)는 회사 등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이가 임무를 위반해 직접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제삼자에게 이익을 돌아가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 성립한다. 2017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무 위배 행위’는 경영자가 법령 규정, 계약 내용 또는 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신임 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10월 18일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 발언 中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
=(중략) 저는 자꾸 지사님께서 이 사업은 내가 모른다 실무적으로는 모른다 하시는데 모든 결정권자는 시장이고 보고를 받는 사람은 시장입니다. 이거를 몰랐다고 하는 것은 모든 서류상에 전자결재시스템으로 남아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 보면 도지사께서는 대장동 개발에서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는데 노력한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략) 초과이익 환수규정을 삭제했다 나한테 보고 했을 거라고 주장하시는데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초과이익조항을 삭제한 것이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게 팩트입니다. 그리고 그 주장은 아까도 말씀드렸던것처럼 감사원의 징계사유로 취급될 정도로 애초에 공모한 내용과 사업승인해서 우선협상자가 된 다음에는 본질적인 내용 변경이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는 게 법이라고 합니다. 초과이익 조항 왜 안 만들었냐, 이거는 제가 고정으로 이익을 확보하라는 성남시 지침 때문에 생긴 일이라서 그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 지시 위반이 돼서 안 되는 것이고요.

법리 쟁점, ‘배임의 고의’ 유무 

2015년 1월 성남시 행정기획국이 작성한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에 따른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승인 검토보고 문건. 중앙포토

2015년 1월 성남시 행정기획국이 작성한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에 따른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승인 검토보고 문건. 중앙포토

이외로도 이 후보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6년 사이 대장동 개발 계획 입안부터 사업 방식 결정, 인허가 관련 안건이 포함된 결재 문건에 최소 10차례 서명한 바 있다. 특히 2015년 2월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 승인 검토 보고’ 공문에는 ‘공동출자자로 참여해 민간이 수익을 지나치게 우선시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지사가 민간의 과도한 이익을 예상하고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법조계에선 이 지사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하려면 ‘배임의 고의’를 갖고 있었는지 입증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이 지사가 지방자치단체에 손해가 날 걸 알면서도 결재했다고 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며 “문건 결재는 했지만 남는 게 없는 사업으로 이해해 민간기업이 과도한 이익을 가져갈 것을 몰랐다는 취지로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면 이 부분이 향후 유무죄를 가르는 법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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