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딱 한개 "NHK 수신료 철폐"…日사로잡는 괴짜 미니정당

중앙일보

입력 2021.10.20 05:00

"NHK를 쳐부수자(NHKをぶっ壊す)!'

18일 일본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일본 9개 정당 대표 토론회, 통칭 'NHK당'으로 불리는 정당 'NHK와 재판하는 당 변호사법 72조 위반으로'의 다치바나 다카시(立花孝志·54) 대표는 이런 문구가 적힌 종이를 내들었다. 각 당 대표가 준비한 종이엔 이번 중의원 선거의 핵심 공약이 적혀있었다. 집권 자민당은 "코로나 대책, 새로운 자본주의, 외교·안보"를,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서로 지탱하는 사회" 등이다. NHK당의 공약은 단 하나, "NHK 수신료 강제 징수 철폐"다.

18일 열린 일본 중의원 선거 9개 당대표 토론회에서 다치바나 다카시 'NHK당' 당수가 ″NHK를 쳐부수자″는 당론을 적은 종이를 들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18일 열린 일본 중의원 선거 9개 당대표 토론회에서 다치바나 다카시 'NHK당' 당수가 ″NHK를 쳐부수자″는 당론을 적은 종이를 들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31일 열리는 일본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2명(중의원1, 참의원1)뿐인 미니(mini) 정당 'NHK당'의 다치바나 대표가 의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공약은 현재 일본 내 모든 시청자가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공영방송 NHK의 수신료를 없애고, 원하는 사람만 돈을 내고 NHK를 볼 수 있게 하는 방송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18일 토론회에서 다치바나 대표는 명료한 주장과 유머러스한 말투로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했다. 'NHK당'이 그동안 무얼 했느냐는 질문에 "작년 한해 NHK가 거둔 수신료 수익을 220억엔(약 2273억원)이나 감소시켰다"고 답하고,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5명을 당선시키면, 원외에서 협력하자"고 자민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재(현 총리)에게 제안해 웃음을 자아냈다.

국민들의 '수신료 거부감' 파고들어  

다치바나 대표는 공영방송 NHK 직원 출신이다. 2005년 NHK의 분식회계에 관한 정보를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에 내부 고발한 후 NHK를 퇴사, 2013년 'NHK당'을 만들었다. "존재감 홍보 차원"에서 당 이름을 10번 넘게 바꾼 것으로도 유명하다. 창당 당시에는 'NHK 수신료를 내지 않는 당'에서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으로 바뀌었다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현재 이름으로 변경됐다. NHK가 위탁 법인을 통해 하고 있는 방문 수신료 징수 행위가 변호사법 72조 위반이라는 점을 추궁한다는 뜻을 담았다.

18일 열린 일본기자클럼 주최 당수 토론회에 참석한 각당 대표들. 왼쪽부터 후쿠시마 미즈호 사회당 당수,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총재(총리),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 마쓰이 이치로 일본유신회 대표、야마모토 다로 레이와신센구미 대표, 다치바나 다카시 'NHK와 재판하는 당 변호사법 72조 위반으로' 대표. [AP=연합뉴스]

18일 열린 일본기자클럼 주최 당수 토론회에 참석한 각당 대표들. 왼쪽부터 후쿠시마 미즈호 사회당 당수,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총재(총리),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 마쓰이 이치로 일본유신회 대표、야마모토 다로 레이와신센구미 대표, 다치바나 다카시 'NHK와 재판하는 당 변호사법 72조 위반으로' 대표. [AP=연합뉴스]

'NHK당'이 법정 정당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2019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다. 당시 일반 선거구에서 약 152만표(득표율 3.02%), 비례 선거구에서 약 98만표(1.97%)를 얻으면서 당 대표인 다치바나가 비례 의원으로 국회에 들어갔다. 일본인들 사이에 NHK 수신료 징수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NHK의 수신료는 지상파만 볼 경우 가구당 한 달에 1225엔(1만 2600원), 위성방송을 포함하면 2170엔(2만 2400원)이다. 한국 공영방송 KBS의 수신료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청구되는 것과 달리 일본은 별도로 계좌 이체나 카드·지로 등으로 납부해야 한다. "NHK를 거의 안보는 데 왜 돈을 내는가"라고 반발하는 사람이 많고, 2020년 기준 전체 가구의 19%는 수신료를 내지 않고 있다. 수신료를 연체하면 징수원들이 집으로 찾아가 직접 수금을 하기 때문에 이용자와 수금원들 간 갈등도 자주 발생한다.

"정권 잡을 수 있겠나" "없다" 

다치바나 대표는 수년간 유튜브를 통해 NHK 수신료 내지 않는 방법 등을 알리고, NHK와 수신료 문제로 법정 분쟁을 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법률 자문도 해 주고 있다. 참의원 당선 후에는 의원실에 TV를 설치해 NHK와 수신 계약을 맺었다가 일부러 수신료를 내지 않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18일 열린 토론회에서 '레이와신센구미'의 야마모토 다로(왼쪽) 대표와 토론하고 있는 다치바나 대표. [유튜브 화면캡처]

18일 열린 토론회에서 '레이와신센구미'의 야마모토 다로(왼쪽) 대표와 토론하고 있는 다치바나 대표. [유튜브 화면캡처]

시원시원한 말투도 인기 요인이다. 18일에는 인터넷 방송 보도프로그램에 나와 "(이번 선거에서) 정권을 잡을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잡지 못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또 "NHK 문제가 해결되면 당 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도 했다. 시청자들은 "공약이 쏙쏙 들어온다" "재밌어서 한 표 찍어주고 싶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9일 고시(후보등록)를 거쳐 31일 투·개표가 실시되는 이번 총선에선 일본 전국 289개 소선거구(지역구)와 11개 권역의 비례대표(176석)를 합쳐 중의원 전체 465석을 새로 뽑는다. 자민당(직전 의석 276석), 입헌민주당(110석), 공명당(29석), 공산당(12석), 일본유신회(10석), 국민민주당(8석), 사민당·레이와신센구미·NHK당(각 1석) 9개 정당 등이 후보를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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