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황금 쌀' 뿌린 中 예술가…2억뷰 얻고 비난 역풍

중앙일보

입력 2021.10.20 05:00

지난 15일, 중국 상하이 중심가. 한 남성이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작은 무언가를 흘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쌀알처럼 생겼는데 일반 쌀과는 달랐다. 색이 누렇고, 표면은 번쩍였다.

중국의 행위예술가 양 예신이 중국의 음식 낭비 실태를 풍자하기 위해 순금으로 만든 '황금쌀'. [웨이보 캡처]

중국의 행위예술가 양 예신이 중국의 음식 낭비 실태를 풍자하기 위해 순금으로 만든 '황금쌀'. [웨이보 캡처]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한 행위예술가가 식량 낭비 문제를 풍자하기 위해 ‘황금 쌀’ 버리기 퍼포먼스를 벌였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이 거리에 버린 건 쌀이 아닌 순금으로 만든 ‘황금 쌀’이었다. 그는 이 퍼포먼스를 위해 순금 500g을 황금 쌀 1000알로 주문 제작했다. 총 23만 위안(약 4200만원)어치다. 그리고는 지난 15일부터 이틀에 걸쳐 상하이 시내 쓰레기통, 맨홀, 풀밭, 강 일대를 누비며 한 알씩 버렸다.

이 황당한 퍼포먼스를 기획·실행한 주인공은 광고회사 ‘티엔위콩(天與空)’ 대표 양 예신(楊燁炘)이다.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오길 비’ 출신의 크리에이터로 칸 국제광고제 등에서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의 행위예술가 양 예신이 중국의 음식 낭비 실태를 풍자하기 위해 순금으로 만든 '황금쌀'. [웨이보 캡처]

중국의 행위예술가 양 예신이 중국의 음식 낭비 실태를 풍자하기 위해 순금으로 만든 '황금쌀'. [웨이보 캡처]

행위예술가로도 활동 중인 그는 지난 16일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아 이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한다. 중국의 음식 낭비 실태를 비판하고 식량의 중요성을 일깨우자는 취지였다. 그는 퍼포먼스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웨이보에 ‘황푸강에 황금 쌀 1000알을 던지다’라는 제목으로 올렸다. 이 게시물은 조회 수 2억 회 이상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그러나 그가 버린 게 쌀이 아닌 ‘순금 덩어리’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돈 낭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4200만원을 길거리에 버린 것과 다를 게 무엇이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양 예신은 “음식의 가치는 그 어떤 고가의 황금 쌀보다는 가치 있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한 풍자였다”며 “많은 양의 1인분을 판매하는 식당이 음식 낭비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잔반 남기지 말라’며 음식낭비 현상을 지적한 뒤 중국 각지에서 '빈그릇' 캠페인이 벌어졌다. 중국 후난성 창사의 한 식당 앞에 선 고객이 자신의 체중을 고려해 어떤 칼로리의 음식을 주문해야 되는지 고민하는 모습. [중국 허난도시채널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잔반 남기지 말라’며 음식낭비 현상을 지적한 뒤 중국 각지에서 '빈그릇' 캠페인이 벌어졌다. 중국 후난성 창사의 한 식당 앞에 선 고객이 자신의 체중을 고려해 어떤 칼로리의 음식을 주문해야 되는지 고민하는 모습. [중국 허난도시채널망 캡처]

그는 “시골 출신으로서 쌀 한톨에 밴 농부들의 고된 땀의 가치를 안다. 하지만 식당은 생각 없이 음식을 퍼주고, 사람들은 쉽게 남기고, 쉽게 버린다”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또 “극단적인 물건을 이용해야 흥미와 경각심을 모두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황금 쌀을 버린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었지만, 그의 발언에 비난 여론은 더 거세졌다. 웨이보가 진행한 찬반 투표에서는 응답자 60% 이상이 퍼포먼스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네티즌은 “쌀은 금이고, 금은 쓰레기냐. 금을 버린 것도 낭비다”, “돈 많은 사람의 과시이자, 예술을 빙자한 마케팅”이라는 악평을 쏟아냈다. 반면 “음식 쓰레기 문제가 화제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라는 호응도 있었다.

수년 간의 가뭄으로 식량 위기를 겪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남동부 지역 주민. [AFP=연합뉴스]

수년 간의 가뭄으로 식량 위기를 겪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남동부 지역 주민. [AFP=연합뉴스]

중국은 지난해부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지시로 마련한 ‘음식 낭비금지법’이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상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식당에서 음식을 남기거나 음식을 쌓아놓고 먹는 방송, 이른바 ‘먹방’을 할 경우 벌금이나 과태료를 내야 한다.

2018년 발표된 ‘중국 도시 요식업 음식 낭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매년 1800만t의 음식이 버려지고 있다. 4000만 명의 1년치 식사량이다. 반면 지난 7월 세계식량계획(WFP)은 “전 세계 약 8억1000만명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고, 10명 중 1명은 매일 한 끼도 먹지 못하고 배를 굶주리고 있다”며 기아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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