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 Review] 기름값의 저주? 세계경제 ‘슬로플레이션’에 빠지나

중앙일보

입력 2021.10.20 00:04

업데이트 2021.10.20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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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18일 독일 서부 파이네의 한 주유소에 주유기들이 걸려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8일 독일 서부 파이네의 한 주유소에 주유기들이 걸려있다. [AFP=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7년 만에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올해 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천연가스와 석탄 등 에너지 수요의 급증이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세계 경제를 ‘슬로플레이션’(느린 성장+물가상승)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16달러 오른 배럴당 82.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0월 21일(82.81달러) 이후 가장 비싼 가격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약 70% 올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날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0.9달러 오른 83.89달러에 마감했다. 반면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0.53달러 하락한 배럴당 84.33달러를 기록했다.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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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에선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했다. 이상 기후로 유럽의 풍력 발전량이 줄어든 게 원인이다. 유럽 각국에선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유럽 천연가스 사용량의 절반가량을 공급하는 러시아는 추가로 공급을 늘리지 않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가스 가격이 높게는 18% 올랐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선 전력난 해소를 위해 석탄 사재기에 나선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이 크게 오른 배경이다. 북반구의 겨울을 앞두고 난방용 에너지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는지난달 원유 생산 목표를 하루 40만 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번 달과 다음달에는 추가로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제 유가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제 유가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 외환중개업체인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연구원은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천연가스·석탄·전기 부족은 원유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 수요 증가에 맞춰 OPEC플러스와 미국 등이 추가로 원유 생산에 나서지 않으면서 원유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OPEC 회원국인 앙골라와 나이지리아 등이 생산 설비의 투자 부족과 수리 작업 등으로 원유 생산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서아프리카 산유국에서도 원유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도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원유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PEC 회원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는 지난 18일 526.40을 기록했다. 에너지·금속·곡물 등 23개 품목의 가격을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이 지수는 올해 초와 비교해 70% 이상 올랐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제조업체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다. 이런 식의 물가상승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텍사스주 칸스시티 인근 유전에 자리한 석유 채굴 장비.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미국 텍사스주 칸스시티 인근 유전에 자리한 석유 채굴 장비. [AP=연합뉴스]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의 루이지 스페렌자 수석경제학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슬로플레이션에 가깝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와 물가상승이 동반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1970년대 국제 유가 폭등으로 인한 ‘오일 쇼크’가 스태그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다. 스페렌자는 “슬로플레이션은 비교적 낮은 실업률과 높은 물가 상승률이 단기적으로 동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10~2011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슬로플레이션이 발생했던 것과 현재 상황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BoA는 “물가에 이어 임금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의 충격이 커지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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