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겠다고 공공요금 동결, 결국은 국민 부담

중앙일보

입력 2021.10.20 00:04

업데이트 2021.10.20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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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733.14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L당 7.25원 올랐다. 국제 유가는 통상 3~4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된다. 따라서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겨울철 난방용 연료 가격도 오르고 있다. 정부는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으로 공공요금 인상 압력을 밀어낸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하지만 공기업의 경영실적이 악화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가스공사는 다음달 도시가스 요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방침에 따라 실제로 가스요금을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홀수 달에 맞춰 가스요금 조정을 논의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가스요금을 내린 이후 지난달까지 15개월째 동결했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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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최대한 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해 나가면서 효율화하는 게 공기업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지난해 7월 이후 국제 LNG 가격과 원유 가격 등이 모두 상승했으므로 이런 부분을 (가스요금 조정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가스요금 조정보다 물가 안정이 더 높은 차원의 정책 가치라고 생각해 산업계와 협의해 (가스요금 동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내년에는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는 “(공공요금은) 올해 말까지 동결한다는 것”이라며 “결국 (공공요금) 인상은 시점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물가상승 우려가 없을 때는 (공공요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등 연료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에 맞춰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상당한 인상 요인이 나타난 뒤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최대한 머뭇거렸다. 결국 정부는 이달부터 전기요금 단가를 ㎾h당 3원 인상했다. 교통 관련 공공요금 중 철도요금은 10년간, 고속도로 통행료는 6년간 동결한 상태다.

증시에 상장한 공기업이라면 공공요금 동결로 인한 재무 상태 악화는 주주들의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전력의 주가는 19일 코스피 시장에서 2만295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말(2만7400원)과 비교하면 16.2%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5.4%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상반기 한전은 193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말 부채총액은 137조2902억원이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요금 동결로) 공기업에 부채가 쌓이면 공공 서비스의 소비자가 부담할 돈(공공요금)을 전 국민이 세금으로 내는 경제적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공기업 경영이 만성적으로 부실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정치적 고려에 따라 에너지 요금을 낮게 유지해 왔다. 이는 에너지 낭비를 유발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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