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리티스타트 20회, KT 1위의 힘 고영표

중앙일보

입력 2021.10.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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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는 올 시즌 가장 꾸준한 선발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KT 위즈의 정규시즌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연합뉴스]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는 올 시즌 가장 꾸준한 선발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KT 위즈의 정규시즌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KT 위즈 선발 투수 고영표(30)는 팬들로부터 ‘고퀄스’로 불린다. 고씨 성과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을 던져 3자책점 이하로 막는 투구)를 합친 별명이다.

고영표는 지난 9일 LG 트윈스전에서 6이닝 3실점, KBO리그 선발 투수 중 가장 먼저 20QS 고지를 밟았다. 지난 10년(2011~2020) 동안 단일 시즌에 20번 이상 QS를 기록한 국내 투수는 단 3명. 국가대표 ‘좌완 트로이카’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 양현종뿐이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를 누빈 세 투수와 고영표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고영표는 지난 2년 동안 사회복무 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오랜 공백을 딛고 복귀해 2021년 전반기에만 12QS를 기록하며 KT 마운드를 이끌었다. 당당히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승선했고, ‘숙적’ 일본전에 선발 투수로 낙점되기도 했다. 이 경기에서 그는 5이닝 2실점 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그의 후반기는 더 뜨겁다. 8월 이후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4(1위)를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0.92·1위)과 피안타율(0.211·5위)도 빼어났다. 9월 4경기에는 모두 8이닝을 던졌다. 이 기간 자책점은 단 1점. KBO가 선정하는 9월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차지였다. KT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발돋움한 고영표와 얘기를 나눴다.

최근 11시즌 20QS 달성 투수

최근 11시즌 20QS 달성 투수

데뷔 후 처음 월간 MVP를 수상했다.
“동료들이 ‘뭘 잘못 먹었느냐’고 묻더라. 내가 경기를 너무 쉽게 풀어가는 느낌을 받았는지…. 마침 내가 9월생(9월 16일)이다.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 온 것 같다. 등판 때마다 컨디션이 좋았다. 무엇보다 동료들이 공격과 수비에서 많이 도와준 덕분에 좋은 성적을 냈다.”
도쿄올림픽을 치른 뒤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다.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하고, 이전보다 (타자) 몸쪽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올림픽 무대를 경험하며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8월 리그 재개 후 실전을 통해 (그런 로케이션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포수 장성우 선배가 적절한 타이밍에 (몸쪽 공) 사인을 내준 덕분에 수월하게 투구할 수 있었다.”
국내 투수 중 유일하게 20QS를 해냈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6이닝 이상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다른 기록은 욕심이 없지만, QS만큼은 최대한 많이 해내고 싶다. 류현진·양현종·김광현 선배님에 이어 이 기록을 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선배들은 구속도 빠르고, 삼진도 많이 잡는다. 이닝 소화 능력도 나보다 훨씬 좋다. 내가 선배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는 아니다. 무릎 정도만 나란히 맞춘 게 아닐까. 난 아직 멀었다.”
롤모델이 있나.
“딱 한 명을 꼽아서 ‘그 투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내 투구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좋은 인성을 갖추고, 야구를 향한 열정이 큰 선수, 그리고 득점이나 수비 지원을 받지 못해도 맡은 바 임무를 잘해내는 선수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피홈런(8개)이 가장 적다. 유일하게 한 자릿수다.
“운이 따라준 게 아닐까. 특별한 비결은 없다. ‘실점을 막겠다’는 생각으로 던지다 보니까 피홈런도 적은 거 같다. 크게 스윙하는 타자보다는 콘택트 위주로 짧게 치는 타자가 내겐 더 까다롭다. 그런 성향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피홈런 기록을 욕심내진 않는다.”
포스트시즌 첫 등판을 앞두고 있다. (KT는 19일 기준으로 리그 1위다.)
“팀이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나선 지난해 나는 군 복무 중이었기 때문에 TV로 경기를 봤다. 팬과 같은 입장이었다. 동료들이 부러웠고, 한편으로는 샘도 났다. 올해는 마운드 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제 관중 입장이 가능하지 않나. 기분 좋은 설렘과 떨림이 이어지고 있다. KT 팬들이 나에게 ‘고퀄스’라는 별명을 지어주셨다. 그 별명에 걸맞게 최대한 긴 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고 싶다.”
가장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예전 내 별명은 ‘암흑기 에이스’였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아서였다. 내가 다시 합류한 올해 KT 성적이 (2020시즌보다) 떨어질까 봐 걱정도 컸다. 지금 팀이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복귀 시즌을 치를지 몰랐다. 아내가 심적으로 많이 도와준 덕분이다.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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