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신진서·셰얼하오, 첫판부터 한·중 빅매치

중앙일보

입력 2021.10.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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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이 시작됐다. 한국은 15명이 32강에 진출했다. 사진은 8월 국내 선발전 모습. [사진 한국기원]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이 시작됐다. 한국은 15명이 32강에 진출했다. 사진은 8월 국내 선발전 모습. [사진 한국기원]

꿈의 제전인 세계대회가 시작된다.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상금 3억원)가 오늘(20일) 시작된다. 세계대회가 열릴 때마다 나는 가슴이 설렌다. 변방의 한국바둑은 세계대회로 일어섰고 가시밭길을 헤치고 끝내 세계를 제패했다.

1990년 무렵부터 근 20년간 한국은 세계바둑의 패자였다. 대회장에 가득 모인 중국 관계자들과 기자들, 그들의 탄식이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드라마와 같았던 승리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중국과 일본에 미안하여 하하 웃지 않고 조용히 미소 짓던 시절이었다.

2010년 무렵부터 햇살은 걷히고 중국대륙으로부터 검은 구름이 몰려왔다. 삼성화재배는 지난 11년 동안 중국이 8번 우승했고 한국은 3회 우승에 그쳤다. 특히 지난 6년은 중국이 우승컵을 독식했고 그중 4번을 커제가 차지했다. 삼성화재배는 커제의 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도 다시 일어서고 있다. 21세의 천재 신진서가 전면에 등장하고 박정환도 힘을 내면서 한중대결은 막상막하의 승부가 됐다. 삼성화재배를 되찾아 올 때가 된 것이다.

32강 대진표는 이미 정해졌다. 놀랍게도 첫판부터 한·중의 주력이 정면으로 맞붙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바둑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는 신진서(21)의 첫 상대는 셰얼하오(23)다. 지난해 이 대회 준결승까지 올랐다가 바로 신진서에게 져 탈락했던 강타자. 2018년 LG배 우승자이기도 하다. 중국랭킹 13위.

한국 2위 박정환(28)은 중국 신예 리웨이칭(21)과 만났다. 리웨이칭은 지난주 열린 국가대항전 농심배에서 중국팀의 선봉으로 나와 1승을 거둔 기사로 중국 12위다. 한국 3위 변상일(23)은 미위팅(25)과 격돌한다. 미위팅은 세계대회를 두 번이나 차지한 중국 6위의 강호. 전투형끼리의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한국 5위 신민준(22)의 상대는 랭킹보다 훨씬 강한 당이페이(26)다. 2017년 LG배 우승자로 중국 24위.

와일드카드 원성진은 10년 전, 당시 이세돌과 쌍벽이었던 중국의 구리를 격파하고 삼성화재배를 제패했었다. 36세 노장임에도 최근 한국랭킹 6위까지 뛰어오르며 시간을 뒤로 돌리고 있는 기사. 상대는 중국 3위 양딩신(23)으로 2019년 LG배 우승자다.

지난해 우승자 커제 9단(사진 왼쪽). [사진 한국기원]

지난해 우승자 커제 9단(사진 왼쪽). [사진 한국기원]

랭킹 8위 김지석(32)은 7년 전 삼성화재배를 제패했다. 한국기사로는 삼성화재배 마지막 우승자다. 그는 첫판에 중국 1위 커제와 격돌한다. 커제와의 상대전적 7승 7패로 누구보다 커제에게 강한 김지석인데 과연 이번 승부는 어찌 될까. 여기까지의 여섯 판은 32강전이 아니라 결승전 같은 긴장감을 준다. 한국과 중국의 핵심전력이 맞붙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옥의 혈전이 예상된다.

한국은 15명이 출전했다. 한국 4위 이동훈, 7위 안성준, 9위 이창석, 15위 한승주는 대진운이 좋아 첫판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14위 김승재, 19위 설현준, 22위 윤찬희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약간 밀리는 승부라 분발이 필요하다.

이창호(46)는 동양 3국의 기사들이 입을 모아 일인자로 꼽았던 명실상부 ‘바둑의 전설’이다. 이제 노장이 되어 시니어 대표로 출전했지만 최근 11연승을 거두는 등 호조다. 중국의 신예 강호로 랭킹 25위인 자오천위(22)와 대결하는데 재미있는 관전이 될 것 같다. 여자 최강 최정을 누르고 본선 티켓을 거머쥔 조승아(23)는 예전 일본 최연소 기성에 올랐던 야마시타 게이고(43)와 맞붙었는데 역시 누가 유리하다고 말하기 힘든 흥미 있는 일전이 아닐 수 없다.

삼성화재배는 32강부터 결승까지 단숨에 치른다. 22~23일 16강전, 25~26일 8강전, 27~28일 준결승전, 그리고 결승전은 11월 1~3일. 골프나 테니스처럼 한 번에 끝나는 유일한 바둑대회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대국은 온라인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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