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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8억명, 식량이 최고 백신…950원이면 하루 세끼 돕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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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 쌀을 받은 에리트리아 난민. [사진 WFP]

한국 쌀을 받은 에리트리아 난민. [사진 WFP]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전까지는 식량이 (건강을 지킬) 최고의 백신이다”.

로렌 렌디스(사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케냐 사무소장은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WFP는 지난해 101번째 노벨평화상을 받으며 코로나19 속에 기아·양극화를 외면하는 국제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렌디스 소장은 2011년 제네바를 시작으로 중앙아프리카 차드 등의 소장을 지내고 이탈리아 로마 본부의 영양국장도 맡았다. 지난해 9월부터 나이로비에서 동아프리카 기아 해결에 힘쓰고 있다.

로렌 렌디스

로렌 렌디스

지난해 WFP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기아 문제에 관심이 쏠렸다.
“그동안 기아 인구는 더 증가했다. 지난 7월 WFP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영양부족 인구는 2019년보다 약 10.4% 늘어 약 8억1000만명이다. 10명 중 1명은 먹을 게 부족하다. 케냐의 기아 인구는 240만 명으로, 지난해의 3배다. 어린이 50만 명(5세 미만 어린이 26%), 산모 10만 명은 아사 직전까지 몰렸다. 그중 4명 중 1명은 만성적으로 굶는다. 식량을 구하려고 아이들은 학교 대신 농장으로 향하고, 여학생들은 조혼에 내몰리기도 한다.”
악화의 원인은 뭐라고 보나.
“최근 몇 년간 분쟁·기후위기로 식량 상황이 악화했다. 분쟁 지역인 시리아·남수단·아프가니스탄이 특히 심하다. 케냐에선 지난 2년간 우기인 3~6월에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이상 기후로 농작물이 메마르거나 비에 휩쓸려 식량 생산이 70~90% 줄었다. 케냐 정부는 지난 9월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한국의 지원은?
“한국은 매년 중동·아프리카·아시아 4~6개국에 쌀 5만t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매년 300만 명이 잠시나마 굶주림에서 벗어난다. 케냐엔 101억원 상당의 쌀 1만t이 들어온다. 케냐 지원국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한국 쌀은 난민촌 어린이 수십만 명에게 공급된다. 난민촌 거주 30대 여성은 ‘한국 쌀 덕분에 집에 온 것 같다. 아이들이 다른 곡물보다 쌀을 더 좋아한다’며 감사 인사를 부탁했다.”
식량 원조 외에 도울 방법은?
“WFP는 장기적으로 식량 위기를 해결할 ‘삶을 바꾸는 회복 탄력성 작업’ 등을 진행한다. 한국은 공적개발원조(ODA)로 도움을 주고 있다. 관개시설 구축, 가축 질병 진단을 위한 기술 전수, 스마트팜 지원 등이 그것이다. WFP는 애플리케이션 ‘셰어 더 밀(Share the Meal)’을 통해 기아 종식에 동참할 길을 열어두고 있다. 하루 0.8달러(약 950원)로 어린이 한 명의 하루 세끼를 도울 수 있다. 지난 16일은 세계 식량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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