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의 정당성을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이 윤 전 총장이 낸 소송을 기각하면서 10개월을 끌어온 ‘윤석열 부당 징계’ 논란에서 판정승을 거뒀지만 흥행이 되지 않고 있어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1심 재판부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징계는 적법했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한겨레’를 제외하고 이 사실을 톱기사로 보도한 언론은 없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해 윤석열 전 총장 측이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을 때는 마치 무죄를 받은 것처럼 대대적으로 보도하더니”라고 했다. 19일엔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이 “판결문 내용이 모두 사실이란 취지의 답변을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받았다”며 가세했지만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진 못했다. 판결이 화제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언론 보도 때문일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이 정치검찰이다’는 주장을 할 근거가 판결문에 적시되길 기대했는데 그것만 빼고 다 나왔다. 대선 후보 윤석열에게 치명타를 입히려면 검찰총장 때 한 정부 비판이 정치적이었단 팩트가 1심 판결에서 드러났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이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든 이유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징계 사유 중 ‘정치중립 의무 위반 여부’에선 윤 전 총장 손을 들어줬다. 윤 전 총장이 지난해 8월 3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재판부는 “헌법 정신을 강조하며 이뤄진 것”이라며 “현 정부를 공격하는 정치적 소재로 활용됐다고 해서 원고에게 그 책임을 지우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23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중 “임기 마치고 정치 할 거냐”는 질의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더 적절한 발언을 쉽게 상정하기 어렵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윤 전 총장 징계 사유 중 ‘채널A 사건 감찰 방해’는 “직무 권한 밖 부당한 지시”라고 판단했고, ‘재판부 분석 정보 작성’ 건은 “불법 개인정보 수집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를 근거로 민주당은 18일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19일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을 즉각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캠프는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해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하는 건 법무부 징계위원회 기피신청 과정에서 의결 정족수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단 변화다. 윤 전 총장 측 손경식 변호사는 통화에서 “기피 신청 의결은 재적 위원의 과반 출석이 요건인데 전체 7명 중 3명만 의결에 참여했으니 절차상 무효”라고 말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4명이 출석한 상황에서 본인에 대한 기피 신청을 의결할 때 일시적으로 퇴장해 남은 3명만 의결에 참여했다면 출석 인원수는 4명으로 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손 변호사는 “가처분 결정과 1심 판결 모두 같은 서울행정법원 12부에서 내린 결정인데 인사이동으로 판사가 바뀌었다고 앞서 인정한 내용을 뒤집는 건 법과 상식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