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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동 날짜 못 잡은 이재명·이낙연…9년 전 문재인은 6일 만에 손학규 만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아직은 때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이낙연 전 대표의 한 측근이 19일 ‘이재명·이낙연 회동’에 대해 한 말이다. 이 인사는 “이재명 후보 측에서 만나자는 요청은 있었지만 실무진 간의 일정 조율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며 “좀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는 18일 CBS라디오에서 “총리님(이 전 대표)을 쉬시게 하는 것도 예의”라며 “예비후보 등록을 한 뒤 이 후보가 정식으로 이 전 대표를 찾아봬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직을 사퇴하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인 10월 말께를 회동 시점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낙연 캠프 출신의 한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만남을 흔쾌하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명·낙 대전’으로 격화했던 민주당 경선의 후유증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러자 당내에선 “2012년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대선 경선 직후 상황을 복기해야 한다”(호남권 초선)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에도 4명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면서 후유증이 적지 않았던 탓에 ‘원팀’ 전환이 당내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이다.

2012년 9월 16일 당시 문재인 후보는 최종 득표율 56.5%로 손학규·정세균·김두관 후보를 꺾고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나머지 후보들은 문 후보 지지 선언을 곧장 하지 않았고 만남도 꺼렸다. 그중에서도 친노 진영의 지지를 받은 문 후보와 비노 진영인 손 후보의 갈등이 가장 컸다.

이 상황을 타개한 건 문 후보 본인이었다. 그는 승리 이후 손 후보에게 하루에도 수차례 전화를 걸어 만남을 제의했다. 동시에 측근들을 손 후보에게 보내 설득전을 벌였다. 문 후보는 손 후보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손 후보의 저녁식사 장소를 알아낸 뒤 불시에 찾아가 “도와주시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두 사람은 경선 종료 6일 만인 9월 22일 서울 한 식당에서 조찬을 했고, 이 자리에서 손 후보는 “무엇이든지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4일 캠프 해단식에서 “마음에 맺힌 것이 있다”며 감정의 앙금을 드러냈다. 이후 알려진 이 전 대표의 행적은 서울과 지방 모처에서 가족들과 지내며 틈틈이 지지자들의 전화를 받는 정도다. 한 측근은 “이 전 대표가 정치 현안에 관한 뉴스는 빠짐없이 챙겨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선에서 39.14%를 득표해 2002년 이후 민주당 대선 경선 2위 후보 중 최다 득표를 한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당내에선 “무겁게 움직일 것”(수도권 재선)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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