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전두환이 정치 잘했다’는 윤석열

중앙일보

입력 2021.10.19 22:00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979년 10.26 직후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 소장이 시해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대중 앞에 처음 등장한 날이다.

1979년 10.26 직후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 소장이 시해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대중 앞에 처음 등장한 날이다.

5공세력의 자기합리화 논리 같아

대권후보로서 역사의식 보여줘야

1.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9일 쎈 망언을 투척했습니다.
윤석열은 부산에서 당원들과 만나‘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는 말을 했습니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윤석열은 ‘무슨 말만 하면 앞뒤 다 떼고..(비난만 한다)’며 억울해했습니다.

2. 윤석열이 말한 앞뒤 포함한 대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ㆍ18만 빼면, 잘못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왜 그러냐..(전문가에게 국정을)맡겼기 때문이다. 이분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맡긴 거다..그렇게 맡겼기에 잘 돌아간 거다..대통령이 되면 최고 전문가들을 뽑아 적재적소에 두고 시스템관리나 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고 챙길 어젠다만 챙기겠다.법과 상식이 짓밟힌 이것만 바로 잡겠다..’

3. 윤석열의 취지는 알겠습니다.
-쿠데타와 5ㆍ18은 분명히 잘못했다.
-그러나 전문가에게 국정운영을 위임했기 때문에 성과가 좋았다.
-전두환이 군 경험밖에 없지만, 조직관리 경험이 있었기에 이렇게 할 수 있었다.
-나도 검찰 경험밖에 없지만, 조직관리 경험이 있기에 이렇게 잘 할 수 있다.
-내가 잘 아는 분야..‘법과 상식 짓밟는’ 범법행위는 직접 뿌리뽑겠다.

4.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많이 들은 얘기입니다.
27년전..전두환 대통령 주변인물, 당시 고위직관계자를 두루 만났습니다. 한결같이 이런 논리로 5공화국의 효율성을 강조합니다. 효율성을 강조함으로써 전두환 정권의 ‘정통성 부재’를 덮어보려는 논법이기도 합니다. 자기변명이자 정신승리라고 할 수 있겠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대한 취재과정에서도 똑같은 얘기를..좀 더 강한 톤으로 듣곤 했습니다.

5. 그러나 이는 2022년 대선 후보가 할 말이 아닙니다.
아무리 효율성이 있었다고 인정하더라도..분명 ‘군부독재정권’이었으니까요. 비록 그것이 산업화과정에서 불가피했다 인정하더라도..이미 두 세대 이전의 얘기니까요.
미래와 민주주의를 얘기해야할 대통령 후보가 40년전 독재정권의 효율성을 칭찬하면서..‘정치를 잘했다’는 포괄적인 평가를 한다니..어울리지 않습니다.

6. 대통령이 되면 전문가들에게 국정운영 맡기겠다..는 좋은 자세입니다.
대통령이 전문가 얘길 안듣는 것이 그간의 문제였으니까요..
대신 대통령 본인이 반드시 지녀야할 것은 국정철학입니다. 여론과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7. 그런 혜안은 역사의식에서 나옵니다. 사실 전두환에게도 나름의 역사의식이 있습니다.
‘나는 (청와대에서) 죽어서 나오지도 않았고 해외로 쫓겨가지도 않았다.’
회고록의 한 문장이자, 전두환이 입버릇처럼 하던 자랑입니다. 박정희처럼 죽지도 않았고, 이승만처럼 쫓겨가지도 않았다는 뜻입니다.
달리 말하면 전두환 자신은 ‘국난(10ㆍ26)을 극복하는데 성공’하고 ‘헌정사상 최초로 평화적 정권이양에도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은 ‘그러한 역사의 도구’였다고 생각합니다.

8. 이런 전두환의 소명의식에 공감하는 보수층이 꽤 있을 겁니다.
그럼 윤석열의 역사의식은 무엇일까요?
설마 쿠데타와 5ㆍ18을 빼고 전두환처럼 하겠다는 건 아니겠지요?
법과 상식이 짓밟히는 것만 바로잡겠다..인가요?

9. 윤석열의 말실수는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정치적 반대세력이 욕해서도 아니고, 언론이 거두절미하고 보도해서도 아닙니다.
말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말로 드러난 생각이 정리돼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급해도 생각하고 말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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