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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성폭행 보고도 방관한 美…中매체 “인도인 줄” 비아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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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 열차 내 성폭행당하는 여성을 근처 승객들이 40분 넘게 방관만 하는 사태가 발생하며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가 이를 언급하며 “미국식 가치관이 위기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필라델피아 외곽 통근열차에서 '비상 호출버튼' 누르는 법을 시연하는 펜실베이니아 남동부 교통국 직원. [AP=연합뉴스]

필라델피아 외곽 통근열차에서 '비상 호출버튼' 누르는 법을 시연하는 펜실베이니아 남동부 교통국 직원. [AP=연합뉴스]

1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열차에 탄 승객들은 성폭행 피해자를 지켜보기만 할 뿐 개입하지 않았고, 신고도 하지 않았다”며 “이는 공감 능력의 결여다. 일부 미국인은 인간의 윤리를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글로벌타임스는 “인도에서 발생한 사건인 줄 알았다. 이것이 미국을 완전한 선진국으로 볼 수 없는 이유”라며 인도를 비하하는 듯한 비아냥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미국이 추구하는 개인주의는 혁신을 자극할 순 있겠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잃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설에선 “미국은 기술과 군사 등에 있어선 발전했지만, 윤리와 도덕에 있어선 그렇지 않다. 특히 워싱턴이 그렇다”며 미국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덧붙였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 열차에서 지난 13일(현지 시각) 다른 승객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성폭행을 저지른 피스턴 응고이(35). [폭스뉴스=뉴스1]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 열차에서 지난 13일(현지 시각) 다른 승객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성폭행을 저지른 피스턴 응고이(35). [폭스뉴스=뉴스1]

앞서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외곽의 마켓-프랭크포드 노선을 달리던 열차에선 노숙자 남성 피스턴 응고이(35)가 한 여성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이날 오후 10시쯤 펜실베이니아 남동부교통국(SEPTA) 직원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다만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살펴본 결과 범행은 오후 9시15분쯤 시작됐고, 일부 승객이 범행 장면을 촬영했을 뿐 아무도 돕거나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며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을 담당한 티머시 번하트 어퍼다비 타운십 경찰서장은 “아무도 이 여성을 도우려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끔찍하다”며 “객차에 타고 있었던 사람들은 스스로 거울을 바라보고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번하트 서장에 따르면 당시 객차에는 1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이에 대해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인은 치안이 나쁜 지역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익숙해졌다”며 “미국의 치안은 엉망(mess)”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선 더불어 길거리에서 사고를 당하는 사람을 돕지 않고 냉담하게 바라보는 ‘웨이관(圍觀) 문화’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사진 중국 SNS 웨이보 캡처]

중국에선 더불어 길거리에서 사고를 당하는 사람을 돕지 않고 냉담하게 바라보는 ‘웨이관(圍觀) 문화’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사진 중국 SNS 웨이보 캡처]

중국은 올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인권백서'에서 중국식 인권시스템을 강조하는 등 인권과 민주주의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란 점을 틈나는대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미 인권 보고서를 통해서는 미국 민주주의가 돈정치, 여론조작으로 오염돼 미국인들이 '이름뿐인 시민권과 정치적 권리'를 누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에서도 지난 2006년 쓰러진 노인을 도왔다가 오히려 그에게 고소당한 ‘펑위 사건’ 이후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지 갑론을박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엔 중국 간쑤(甘肅)성 칭양(慶陽)에선 투신하려는 소녀에게 “빨리 뛰어내리라” 재촉하고, 뛰어내리자 수십 명의 구경꾼이 환호성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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