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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신호에 들썩이는 국채 금리…이자 늘며 영끌족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의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22.36포인트(0.74%) 오른 3029.04를 나타내고 있다.뉴스1.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의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22.36포인트(0.74%) 오른 3029.04를 나타내고 있다.뉴스1.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족'의 잠못 이루는 밤이 시작됐다.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국고채(국채) 금리가 최근 급등하면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9일 3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0.009%포인트 내린 연 1.866%로 거래를 마쳤다. 소폭 하락했지만, 연초(연 0.954%)대비 0.9%포인트 이상 뛰었다. 특히 전날 3년물 금리(연 1.875%)는 2018년 12월 5일(연 1.90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장기 금리도 오름세다. 10년물 국채금리도 지난 12일 올해 처음으로 연 2.4%를 뚫었다.

최근 장·단기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건 과열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공포다. 불쏘시개는 전 세계적인 공급망 충격에 이은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2% 오른 배럴당 82.44달러에 마감했다. 2014년 10월 21일(82.81달러)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다.

한국 긴축신호에 3년물 금리 들썩  

고공행진하는 3년물 국채금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고공행진하는 3년물 국채금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채 금리가 들썩이는 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며 각국 중앙은행이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다. 아시아 주요국 중에선 한국이 가장 빠르게 긴축 신호를 켰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11월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한국의 채권 값이 떨어지는(채권금리 상승) 이유다. 물가 오름세가 지속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어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0.44%로 올해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채권시장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영끌’과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 속에 대출을 늘린 투자자는 비상이다. 일반적으로 국채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 지표인 금융채(5년만기) 등 시장금리가 오를 수 있어서다. 이미 코픽스 금리는 뛰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의 전방위 대출 규제에 시중은행이 잇따라 우대금리를 줄이고,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대출금리 인상 폭은 커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03~4.67%로 상승했다. 8월 말(연 2.62∼4.19%)과 비교하면 한 달 보름 사이 평균 0.4%포인트 이상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같은 기간 연 2.92∼4.42%에서 연 3.14∼4.95%로 상승했다. 고정형 금리 상단은 거의 5%까지 차올랐다.

시중은행 대출금리와 지표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은행연합회]

시중은행 대출금리와 지표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은행연합회]

예를 들어 최근 20년 만기 변동금리형(금리 상단 4.67%) 상품으로 3억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월 상환액은 192만원이다. 두 달 전보다 약 8만원 올랐다. 연간으로 따지면 단숨에 100만원정도 이자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당분간 채권금리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런 흐름 속 외국인의 채권 매도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국채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에 투자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나 18일 기준 한 달간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도액은 3년물 기준 12조749억원에 이른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 센터장은 “인플레이션 과열 조짐으로 장·단기 금리가 들썩이는 움직임이 연말까지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년 기준금리가 1.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 채권시장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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