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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에 불 들어왔다…獨 전후 첫 3자 연정 급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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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독일의 환경운동가들이 녹색당 대표인 아날레나 베어보크,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대표, 자유민주당 크리스티안 린드너 대표(왼쪽부터)의 얼굴을 본뜬 가면을 착용한채 거리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독일의 환경운동가들이 녹색당 대표인 아날레나 베어보크,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대표, 자유민주당 크리스티안 린드너 대표(왼쪽부터)의 얼굴을 본뜬 가면을 착용한채 거리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16년 만에 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사회민주당(사민당)의 새 연립정부(연정) 구성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자민당)이 녹색당과 함께 사민당의 연정 회담에 동참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세 당이 연정 구성에 최종 성공하면 독일은 전후 이어진 양당 연정의 전통이 종식되고 최초로 ‘3자 연정’ 시대를 맞게 된다.

친기업 성향 자민당, ‘사민당과 연정’ 만장일치 타결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독일의 국제방송 DW 등에 따르면 자민당의 대표인 크리스티안 린드너는 이날 당 간부와 전국 집행부 합동회의에서 사민당·녹색당과의 연정 회담에 동참하기로 만장일치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가 ‘무티(Mutti·엄마)’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어 차기 총리에 등극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독일 연방의회 선거 득표율·의석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독일 연방의회 선거 득표율·의석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달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중도 우파 연합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기민·기사련)과 초박빙 접전 끝에 1.6%포인트 차이 신승을 거둔 사민당은 녹색당·자민당과 함께 일명 ‘신호등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힘써왔다. 신호등 연정이란 각 당의 상징 색깔(사민당-빨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근소한 차이로 선거에서 패배한 기민·기사련의 아르민 라셰트 대표 역시 녹색당·자민당의 손을 잡고 자메이카 연정(기민·기사련-검정)을 구성해 ‘막판 역전’하겠다며 맞불을 놓은 상태였다. DPA통신에 따르면 실제로 기민·기사련은 녹색당과 자민당에 공식 서한을 보내 연정 협상을 제안한 상태였다.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을 이끄는 크리스티안 린드너 대표. 연합뉴스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을 이끄는 크리스티안 린드너 대표. 연합뉴스

사민당-기민·기사련 사이 '킹메이커'

캐스팅보트는 자민당이 쥐고 있었다. 애초 녹색당은 사민당과, 자민당은 기민·기사련과의 연합에 긍정적이었다. 총선 이후 녹색당은 일찌감치 사민당을 연정 협상 파트너로 선택했지만, 자민당은 연정이 빨리 구성돼야 한다는 필요성은 언급하면서도 사민당과 주요 쟁점에 대해 의견을 달리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폴커 비싱 자민당 사무총장은 기민·기사련에 대해 “약간의 장애물만 있을 뿐”이라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이처럼 유보적 태도를 보이던 자민당이 18일 만장일치로 사민당의 손을 잡기로 결정하면서, 신호등 연정 구성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날 린드너 대표는 “우리가 참여함에 따라 차기 정부는 좌파로 대이동하지 않고, 중도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3당간 입장차가 크며 많은 관용이 필요한 단계”라고 덧붙였다.

자유민주당 대표 크리스티안 린드너(오른쪽)가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새정부 연정 가능성 탐색 회담을 마치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민주당 대표 크리스티안 린드너(오른쪽)가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새정부 연정 가능성 탐색 회담을 마치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세 당은 선거 후 8일간 탐색적인 회담을 통해 입장차를 일부 극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FT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사민당은 독일의 최저임금을 현행 9.5유로(1만3000원)에서 12유로(1만6500원)로 인상하기로 했고, 녹색당은 현재 2038년으로 예정된 석탄 화력발전 폐지 시한을 앞당기기로 했다. 자민당은 세금인상과 정부 부채 증가를 저지했다. 린드너 대표는 “(연정 협상 회의는) 독일을 더 자유롭고, 더 지속가능하며, 더 현대적이고, 더 경쟁력 있는 국가로 만들 개혁지향적 정부를 만들 진정한 기회”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신호등 연정이 성공하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집권한지 16년 만에 보수당(기민·기사련)이 내각에서 축출된다”고 전했다.

역사상 '최장수 총리' 앞둔 메르켈 "연정 서둘러달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3일(현지시간) 독일 통일 31주년 '통일의 날'을 맞아 독일 동부 할레시를 방문했다. [AF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3일(현지시간) 독일 통일 31주년 '통일의 날'을 맞아 독일 동부 할레시를 방문했다. [AFP=연합뉴스]

차기 총리는 연정 협상이 마무리되고 새 의회가 구성돼야 선출할 수 있다. 현 메르켈 총리는 후임자가 취임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게 된다. 연정 협상 시한이 오는 12월17일을 넘기면 메르켈 총리는 동·서독 통일을 이끈 헬무트 콜 전 총리를 제치고 전후 연방 독일 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된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메르켈 총리는 지난 3일 “하루 빨리 연정을 구성해달라”고 촉구하며 “서로 경청하고 차이를 인정해야 하지만, 우리 모두는 서로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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