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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감염에 사망한 파월 쇼크…"백신 그래도 믿어라"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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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끌어올리기에 바쁜 미 보건당국이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의 별세 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파월이 접종 완료 후 감염되는 ‘돌파 감염’ 사례로 알려지면서다. 안티 백서(백신 반대론자) 사이에서 “코로나19 백신 효능이 없다는 게 증명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의료계는 파월의 나이와 과거 건강 이력에 주목하며 백신 효용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미 CNN·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매체는 파월 전 장관의 사례가 백신 반대 운동에 악용될까 보건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며 “파월의 사례는 백신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보건 및 감염병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연이어 보도했다.

파월 전 장관의 오랜 보좌관 페기 시프리노에 따르면 그는 과거 앓았던 ‘다발성 골수종’과 최근 진단받은 파킨슨병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84세라는 고인의 나이와 ‘다발성 골수종’이 그의 면역 체계에 타격을 입혔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은 면역을 담당하는 ‘형질 세포(plasma cell)’에서 암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골수 속 백혈구에서 발견되는 형질 세포는 단백질 항체를 만들어 감염 바이러스와 싸우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 세포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 악성으로 바뀌어 항체 활동을 비정상적으로 만든다. 이 경우 항체 생성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백신을 맞아도 면역 효과가 낮아진다. 한국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으로 표현한 적혈구. [중앙포토]

그래픽으로 표현한 적혈구. [중앙포토]

존스홉킨스대 종양 의학과 드류 파르돌 교수는 “다발성 골수종의 경우 골수를 채운 암세포가 면역 체계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를 밀어내기 때문에 다른 암 환자들보다 면역력이 더 약해진다”며 이것이 타 장기에까지 영향을 미쳐 합병증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면역 체계가 약해진 다발성 골수종 환자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네이처지에도 다발성 골수종 환자의 백신 효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다발골수종 환자 가운데 좋은 면역 반응을 보인 환자는 45%에 그쳤고, 22%는 부분 반응을, 30%는 전혀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암협회 회장인 안토니 리바스 박사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는 비율이 건강한 사람의 경우 98~100%라면, 혈액암 환자에선 40~70%, 다발성 골수종 환자에선 20~30%로 뚝 떨어진다”고 밝혔다. CNN은 앞선 연구들을 종합할 때 “코로나19 백신을 완전히 접종했더라도 면역 체계가 손상된 다발성 골수종 환자는 감염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고위험군 대표한 파월, 젊은이의 백신접종에 경종 울린 것”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의 교육부 앞에서 열린 공립학교 직원들의 코로나19 백신 의무화 반대 시위 현장. [EPA=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의 교육부 앞에서 열린 공립학교 직원들의 코로나19 백신 의무화 반대 시위 현장. [EPA=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파월처럼 기저 질환을 앓아온 고령자가 돌파 감염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오히려 파월이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일깨운 것이라고 전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조나단 라이너 외과 교수는 “다발성 골수종은 미국에서 가장 흔한 혈액암이자, 흑인은 백인보다도 발병 위험이 두 배 이상 높다”며 “파월은 이 나라에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환자를 대표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샌 줄리안 파크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샌 줄리안 파크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면서 이번 사례가 젊은이들의 백신 접종 중요성에 경종을 울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면역 체계가 무너진 고령자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하면,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내 집에 있는 부모·조부모를 지키기 위해 젊은이들이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같은 대학 공중보건정책 교수인 리에나 웬 박사도 “미접종자는 접종자보다 감염 확률이 6배,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이 11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어떤 백신도 감염을 100% 막는 건 없다”면서 “백신은 예방 차원에서 맞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맞을수록 예방 효과는 커지고 코로나19 확산 속도는 늦춰진다”고 설명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돌파 감염사례는 1만 262명으로, 백신접종자 1억100만 명의 0.01% 수준이었다. 또한 돌파감염자 중에서도 사망자는 2%에 그쳤고 상당수는 코로나19 외 기저질환이 주된 원인이었다. 이들 평균 연령은 82세였다.

때문에 기저 질환자들의 경우 부스터 샷(추가접종)이 권장되고 있다. 파월은 지난 2월 화이자 백신 접종을 마쳤다. 지난주 부스터 샷을 맞을 예정이었지만 몸이 아파 맞지 못했다고 그의 가족은 전했다. 웬 박사는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는 백신을 맞아도 중증 또는 사망 위험이 크기 때문에 부스터 샷 접종 후에도 추가적인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존 로버츠 폭스뉴스 앵커는 트위터에 “파월이 코로나 돌파 감염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은 백신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효과적인지 새로운 우려를 제기한다”고 썼다가 비난을 받고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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