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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애도 "무슬림이면 뭐가 문제냐 했다, 그게 파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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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한 콜린 파월은 공화당 행정부에서 흑인 최초의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공화당 원로 인사지만, 그의 사망 이후 가장 긴 애도사를 전한 건 민주당 출신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올린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하는 사진. 버락 오바마 페이스북 캡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올린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하는 사진. 버락 오바마 페이스북 캡처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2726자의 긴 추모글을 전했다. 그는 “파월 장군은 수십 년 동안 미국 외교 정책을 도운 모범적 군인이자 애국자였다”며 “장군과 함께한 모든 사람은 그의 명료한 생각, 넓은 시야, 실행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파월이 흑인 최초의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것에 대해 “그는 인종에 의한 어려움을 부정하지도 않았지만, 그것을 한계로 삼지 않으며 많은 젊은이들에게 더 높은 꿈을 가질 수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파월은 미국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이자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장관직에 오르며,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의 탄생 이전까지 미 공직 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흑인으로 꼽혔다. 그가 지난 2001년 국무장관직에 오르고 8년 뒤인 2009년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파월은 유색 인종으로 유리 천장을 깬 성공 신화로 꼽힌다.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이 생전 유엔 안보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뉴스1]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이 생전 유엔 안보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뉴스1]

또 파월은 지난 2008년 미 대선에선 당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오바마를 깜짝 지지하면서 정치권에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가 공화당 정부에 있었음에도 기꺼이 나를 지지해줬다”며 “내가 무슬림이라는 의혹이 일었을 때도, 파월 전 장관이 ‘오바마는 무슬림이 아니라 기독교 신자다. 하지만 무슬림인들 그게 무슨 문제냐’고 말해줬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에 대해 CNN은 “과거 콜린 파월은 오바마가 흑인이기에 지지한다는 말을 들으면 격노했다”며 “그는 미국의 오래되고 어두운 정치를 바꾸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파월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그에 대한 명확한 지지 발언을 이어갔다. 앞서 그는 미 NBC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오랜 친구인 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에 대해 “그를 실망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밝혔다.

파월은 미 공화당 내 이례적인 ‘비둘기파’(온건파)로 활동하며 인종뿐만 아니라 정치적 양극화에도 경고의 목소리를 내던 인물이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언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목소리 냈고, 올해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 건물을 습격한 뒤 공화당을 공식적으로 탈당했다.

올해 1월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D.C.의 미 국회의사당에 진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해 1월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D.C.의 미 국회의사당에 진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 외에도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은 콜린 파월을 향한 추모의 뜻을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파월은 자신과 정당보다도 조국을 최우선에 두었다”며 “불일치의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상대를 존중했다”며 “위대한 미국인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을 국무장관으로 발탁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그와 많은 부분에서 의견이 달랐지만, 항상 그를 존중했고 그의 업적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다”며 “대통령들이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용감한 군인이자 헌신적 외교관이었다”고 그를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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