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3명중 1명 매춘 경험했다···그런 스페인 "매춘 철퇴" 선언

중앙일보

입력 2021.10.19 05:00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EPA=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EPA=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매춘은 여성을 노예로 만든다”면서 “성매매를 불법화하겠다”고 선언했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스카이뉴스 등이 보도했다.

1995년 성매매 합법화…세계 3위 매춘 중심지

이날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 동부 도시 발렌시아에서 3일간 열린 사회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지지자들에게 “여성을 노예로 삼는 매춘을 범죄로 규정하고 철폐해나가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은 원래 성매매가 불법이었지만 1995년 이를 합법화한 뒤 매춘 산업이 호황을 누려왔다. 스페인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성매매를 하거나 브로커(포주)가 강제로 성 매매를 주선하는 경우는 불법이지만, 자유 의지에 따라 돈을 받고 성을 파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

지난 17일 스페인 사람들이 '매춘 철폐'를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AP통신

지난 17일 스페인 사람들이 '매춘 철폐'를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AP통신

유엔은 2016년 스페인의 매춘 산업 규모를 37억 유로(약 5조원)로 추정했다. 스페인 국영 사회조사센터인 CIS가 2009년 실시한 조사에서 스페인 남성 3명 중 1명이 매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발표된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10명 중 4명이 매춘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유엔의 조사에서 스페인이 태국, 푸에르토리코에 이어 세계 3위의 매춘 중심지로 언급됐다.

"'매춘 철폐' 공약으로 여성표 모으고 법안 미뤄" 비판

BBC는 스페인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이 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호주 ABC 뉴스는 “스페인에서 성 노동은 정규직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호텔이나 기타 숙박시설 형태로 운영되는 수많은 매춘 업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의 사회·인권운동가들은 “매춘 합법화 조치가 성매매 수요를 부추기고, 여성들의 납치 위험까지 높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2019년 총선에서 성매매 금지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그는 “(매춘은) 빈곤의 여성화를 보여주는 가장 잔인한 방식 중 하나이자, 여성에 대한 최악의 폭력”이라며 매춘을 불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스카이뉴스는 산체스 총리가 해당 공약을 내걸고 여성 유권자를 끌어모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 법안이 발의되지 않은 상태라고 비판했다.

 지난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여성이 "여성 인권을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여성이 "여성 인권을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되면 종사자 피해" VS "방치시 여성 위험"

일각에서는 “성매매 합법화가 매춘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많은 혜택과 안전을 가져다줬다”면서 “매춘 산업을 기존 방식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갑작스럽게 매춘을 불법화하면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고, 매춘업이 음성화돼 종사자들이 더 열악한 환경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매매 산업이 호황을 누릴수록 여성이 안전을 위협받는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 경찰은 2017년 인신매매 범죄 단속을 통해 1만3000명의 여성 인신매매 사례를 확인했다. 납치된 여성의 80%는 자유의지가 아닌 포주의 강요에 의해 성적 착취를 당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8년 11월25일에는 유엔의 ‘국제 여성폭력 철폐의 날’을 맞아 ‘매춘 철폐 법안’을 요구하는 스페인 여성들의 시위가 전국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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