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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오염 총량관리제 비상, 지자체는 “개발 못하나”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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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전국 수십 곳의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칫 내년부터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질오염 총량관리제를 지키지 못해서다.

총량관리제는 지역별·수계별로 오염 배출량(부하량)에 상한을 정하고 그 안에서만 배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전체 오염부하량도 점차 줄여 수질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농도 규제만으로는 상수원 수질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기준치 아래로 배출하더라도 아파트·공장이 늘어 오·폐수를 많이 배출하면 상수원 오염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오염배출 한도 넘으면 개발 제한
4대강 주변 42% 목표치에 미달
상당수 기초지자체 제재 가능성
“수질개선 의지 부족” 비판 나와

이 제도는 2004년 한강 수계에서 시범적으로 도입됐고, 2013년 정식 1단계를 시작했다. 이후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섬진강에는 2005~2010년 1단계, 2011~2015년 2단계, 2016~2020년 3단계가 시행됐다. 시행 주기가 5년에서 10년으로 바뀌면서 올해부터 2030년까지 한강수계는 2단계, 다른 강은 4단계에 들어갔다. 총량관리제가 도입되면서 환경부는 4대강 수계의 각 시·도 경계 지점에 목표수질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각 시·도에 오염부하량도 정해준다. 시·도는 다시 세부적인 목표수질을 기초 자치단체에 정해주고, 배출량을 할당한다.

건축물 신축 제한, 재정 지원 중단

상당수 지자체가 목표 수질을 초과해 개발사업이 제한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낙동강 수질을 조사하는 모습. [중앙포토]

상당수 지자체가 목표 수질을 초과해 개발사업이 제한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낙동강 수질을 조사하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봄 지자체들은  2018~2020년 3년 동안 목표수질을 달성했는지를 담은 성적표를 받았다. 결과는 매우 저조했다. 한강수계는 49개 지점 중 12곳이, 낙동강은 41곳 중 9곳, 금강은 32곳 중 23곳, 영산강·섬진강 39곳 중 24곳 등 전체 161곳 중 42%가 목표수질을 달성하지 못했다.

임진강이 흐르는 경기도 파주시 두포리 앞 임진B 지점의 경우 목표수질이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1.2ppm, 총인(TP) 0.044ppm이었지만 2018~2020년 평균치는 BOD 2.1ppm, 총인 0.084ppm로 목표를 크게 초과했다. 낙동강 지류 위천이 흐르는 경북 상주시 중동면 위천B 지점도 BOD 목표가 1.4ppm인데, 3년 평균치는 2.1ppm으로 초과했다.

‘한강수계법’ ‘낙동강수계법’ 등에서는 오염부하량을 초과한 지자체장은 건축물 신축이나 폐수배출시설 설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런 조처를 하지 않는 지자체에 대해 환경부 등 관계기관에서 재정 지원 중단 등의 제재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부 조석훈 물환경정책과장은 “목표수질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당장 제재를 가하는 것은 아니고, 내년 상반기까지 정밀 조사해서 오염부하량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된 지자체에 제재를 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해당 지자체에서 초과한 양만큼 오염부하량을 더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면 제재를 풀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12년 3월에는 광주광역시와 5개 시·군이, 2017년 6월에는 청주시 등 7개 시·군이 제재를 받았다. 광주시 일부 지역은 2012년 3월부터 이듬해 2014년 4월까지 1년 이상 제재를 받았다.

이번에도 목표수질을 달성하지 못한 지자체 가운데 상당수는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상주시의 경우 지난 7월 오염부하량을 초과한 지역을 수질오염 발생 건축물 허가 제한 지역으로 고시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 상주시 관계자는 “2018년 무허가 축사를 합법화하는 바람에 가축 사육두수가 많이 증가한 게 오염이 늘어난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인공습지 설치 등을 통해 오염부하량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발 희망하는 지자체들의 저항

총량관리제 도입 이후 오염 배출이 늘지 않도록 한다는 조건으로 아파트가 허가되기도 했다.

총량관리제 도입 이후 오염 배출이 늘지 않도록 한다는 조건으로 아파트가 허가되기도 했다.

목표수질을 달성한 곳이라고 해서 칭찬만 할 것도 아니다. 더욱 박차를 가할 필요도 있다. 한강수계 한강대교~행주대교 구간의 경우 2018~2020년 측정치가 2.8ppm이었으나 이번에 목표수질을 4.1ppm에서 3.8ppm으로 강화하는 데 그쳤다. 충북과 대전의 경계인 금강수계 갑천A 지점도 지난 3년간 평균 수질은 3.4ppm이었지만, 이번에 4단계 목표수질은 4.1ppm으로 잡았다. 상당수는 목표수질을 강화하지도 않았고, 임진B 지점은 목표수질을 2ppm으로 완화하기도 했다.

지금보다 수질이 뒷걸음질 칠 수도 있지만, 개발을 원하는 지자체의 저항 때문에 목표수질을 강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김경현 유역총량연구과장은 “지자체에서 ‘수질이 이례적으로 좋았던 기간이 측정치에 포함됐다’고 주장할 경우 목표수질을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연합 생명의강 특별위원회 이철재 부위원장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오염을 반성하고 건강한 미래로 나아가려면 더는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수질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많은 지자체가 목표수질을 못 지킨 것이나 새 목표수질을 느슨하게 잡은 것을 보면 아직도 환경부나 지자체가 상수원 수질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읽힌다. 여름마다 발생하는 심한 녹조까지 생각하면 우리는 언제쯤이나 수질오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푸념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