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 성장 무너진 중국, 마땅한 카드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중국이 3분기 성장률을 4.9%라고 18일 발표했다. 베이징 외곽의 한 건설현장. [AP=연합뉴스]

중국이 3분기 성장률을 4.9%라고 18일 발표했다. 베이징 외곽의 한 건설현장. [AP=연합뉴스]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 사태와 전력난의 더블 펀치에 중국 경제가 3분기에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놨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8일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4.9%다. 시장 전망치인 5.0~5.2%보다 낮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한창이던 지난해 3분기(4.9%) 수준으로 돌아갔다.

중국 고정자산투자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 고정자산투자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날 발표된 9월 경제지표에 따르면 생산과 투자가 부진했다. 산업생산은 3.1% 증가에 그치며 시장 예상치(4.5%)를 밑돌았다. 1~9월 고정자산 투자도 7.3% 늘며 전망치(7.8%)보다 낮았다. 소매 판매만 4.4% 증가해 전달보다 높아졌다.

중국 월간 소매판매증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 월간 소매판매증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당초 올해 중국 성장률 흐름은 상고하저로 예측됐다. 1분기에 18.3%였지만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줄면서 계속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었다. 문제는 예상보다 빠른 하락 속도다.

중국 월간 산업생산증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 월간 산업생산증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는 갑작스레 등장한 변수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헝다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데 이어 전력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연속 펀치로 경기가 급랭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플랫폼·교육·게임기업 등에 대한 규제도 경기 둔화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로이터 통신은 “원자재 가격 급등, 코로나19의 산발적 확산, 중국 정부의 거친 규제로 인한 민간 경제 위축, 헝다 사태, 전력 대란 등 악재가 겹치며 회복세의 힘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성장률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 경제성장률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4분기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중(59.1%)이 높은 만큼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이 가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탕젠웨이 중국 교통은행 금융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정부 규제가 소비와 서비스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소비 증가 속도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한동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력난도 성장률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헬렌 차오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투자 수요가 매우 약하고, 공급 측면도 전력 위기 영향이 상당히 심각하다”면서 “4분기 성장률이 3~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올해 8%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8.2%에서 7.8%로, 일본 노무라증권도 8.2%에서 7.7%로 낮췄다. 중국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으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또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진한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중국 정부가 행동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이즈 이코노미스트는 “기대에 못 미친 3분기 성장률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유동성 공급, 인프라 개발 확대, 부동산 정책 일부 완화 등의 조치를 꺼낼 것”이라고 봤다. 대표적으로 대출우대금리(LPR)와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가 꼽힌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부양책 카드를 꺼내기도 여의치는 않다. 지난 14일 발표한 9월 중국의 생산자 물가지수(PPI) 상승률은 10.7%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치다. 로이터통신은 “통화완화 정책은 중국의 부채와 부동산 거품 해소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소비자 물가가 아직은 낮지만 치솟는 생산자 물가가 중앙은행에 골칫거리”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예상보다 낮은 성장률을 감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 이상’으로 보수적으로 잡은 만큼 부양책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실업률이 8월의 5.1%에서 9월 4.9%로 개선됐다”며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중국 3분기 성장률 발표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장 초반 2990.44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개인과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며 3006.68로 거래를 마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