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석유 매장지는 신이 정했지만, 반도체 공장은 우리가 정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팻 겔싱어

팻 겔싱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17일(현지시간) 미국이 지금처럼 한국과 대만에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는 것은 “지정학적 불안정(geopolitically unstable)”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인텔은 미국 내 제조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라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를 향해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압박했다.

‘한국·대만 불안정성’은 지정학적으로 대만엔 ‘차이나 리스크’를, 한국엔 ‘북한 리스크’를 전제한 주장이어서 한국 기업 전반을 경계하는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겔싱어 CEO는 이날 방송된 ‘악시오스 온 HBO’ 인터뷰에서 미국은 더는 한국이나 대만에 반도체 생산을 맡길 게 아니라 직접 반도체 제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가 한 지역(one location)에 의존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치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칩 제조가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은 “실용적이지도 않다”면서 “신은 석유 매장지가 어디인지 결정했지만, 팹(반도체 공장)이 어디에 있을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가 아시아보다 30%나 40% 더 비싸서는 안 된다”면서 의회를 향해 “우리가 그 격차를 좁혀 미국 땅에 더 크고 빠르게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자체 칩 산업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한 것처럼 미국도 정부 지원으로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제조는 국가안보 사안인 만큼 미 의회가 지원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는 게 겔싱어 CEO 주장의 핵심이다.

미 의회는 지난해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킬 때 연방 정부가 반도체 생산 촉진을 지원할 수 있는 조항(Chips for America Act)을 담았다. 후속 조처로 향후 5년간 미국의 반도체 생산과 연구를 진흥하기 위해 520억 달러(약 59조원)를 배정하는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상원 문턱은 넘었으나 하원에 계류 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