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17일(현지시간) 미국이 지금처럼 한국과 대만에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는 것은 “지정학적 불안정(geopolitically unstable)”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인텔은 미국 내 제조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라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를 향해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압박했다.
‘한국·대만 불안정성’은 지정학적으로 대만엔 ‘차이나 리스크’를, 한국엔 ‘북한 리스크’를 전제한 주장이어서 한국 기업 전반을 경계하는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겔싱어 CEO는 이날 방송된 ‘악시오스 온 HBO’ 인터뷰에서 미국은 더는 한국이나 대만에 반도체 생산을 맡길 게 아니라 직접 반도체 제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가 한 지역(one location)에 의존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치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칩 제조가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은 “실용적이지도 않다”면서 “신은 석유 매장지가 어디인지 결정했지만, 팹(반도체 공장)이 어디에 있을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가 아시아보다 30%나 40% 더 비싸서는 안 된다”면서 의회를 향해 “우리가 그 격차를 좁혀 미국 땅에 더 크고 빠르게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자체 칩 산업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한 것처럼 미국도 정부 지원으로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제조는 국가안보 사안인 만큼 미 의회가 지원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는 게 겔싱어 CEO 주장의 핵심이다.
미 의회는 지난해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킬 때 연방 정부가 반도체 생산 촉진을 지원할 수 있는 조항(Chips for America Act)을 담았다. 후속 조처로 향후 5년간 미국의 반도체 생산과 연구를 진흥하기 위해 520억 달러(약 59조원)를 배정하는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상원 문턱은 넘었으나 하원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