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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감옥 갈 사람’ 독설…다른 듯 닮은 이재명·윤석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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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한 18일 그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공방이 유독 불을 뿜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이 지사를 겨냥해 “대장동 게이트 발생 초기부터 말솜씨 하나로 버텨왔지만 그의 말에 진실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후보는 국감장에서 윤 전 총장을 물고 늘어졌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부산저축은행의 부실대출 사건을 언급하며 “윤 전 총장이 당시(2011년) 주임검사로서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다 공중분해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두 사람은 “내가 대통령 되면 화천대유의 주인은 감옥 갈 것”(윤 전 총장), “구속될 사람은 윤 전 총장”(이 후보)이라며 거친 발언을 주고받았다. 정치권에선 이런 두 사람을 향해 “다른 듯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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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개인기=1987년 민주화 이후 ‘0선’ 대통령은 없었다. 비교적 정치 경력이 짧은 문재인 대통령도 부산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런데 이 후보나 윤 전 총장 모두 여의도 정치 경험은 없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쳐 여당 대선후보가 됐고, 윤 전 총장은 검사로만 27년을 일했다. 이는 곧 현재의 정치적 위상을 정립하기까지 정치권의 조력보다 개인기에 의존해 왔다는 의미다. 한 정치권 인사는 “둘은 정치적 세력화를 위한 둥지가 없다시피 했던 까닭에 지금도 단독 플레이 근성이 있다”며 “열성 지지층의 팬덤이 강하지만 그만큼 경쟁 진영의 비호감도 역시 높다”고 말했다.

②직설화법=과감하고 단호한 화법은 두 사람의 트레이드마크다. 이 후보는 이날 국감에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조폭 20억원 지원설’을 제기하자 “이래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말로 대응했다. 윤 전 총장도 검사 시절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등 강렬한 발언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발언이 직설적인 만큼 두 사람은 설화에도 자주 휘말린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경선 연기론자는 가짜 약장수”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같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윤 전 총장도 정치인이 된 뒤 “주 120시간 노동” “남녀 간 교제를 막는 페미니즘” 같은 말실수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 13일엔 “정신머리를 안 바꾸면 당이 없어져야 한다”는 말을 했다가 당내 경쟁 주자에게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③수사 리스크=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고발 사주 의혹 같은 대형 악재를 안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지난 15일 발표한 SBS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장동 사건은 이 후보 책임”이란 응답이 67.7%였다. “고발 사주 의혹이 윤 전 총장 책임”이라는 응답자도 55.7%였다. 정치권에서 “여권 심층부에서 플랜B를 준비한다는 소리가 들려온다”(장성민 전 의원)라거나 “윤 전 총장을 끌어들이는 건 같은 비리 후보가 붙으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고도의 전략”(홍준표 의원) 같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④부인 이슈=화제가 되지만 대중 노출 빈도가 극히 낮은 부인들의 행보도 비슷하다. 최근 SBS ‘집사부일체’의 대선주자 빅3 특집에서 두 사람의 부인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18일 남편을 대신해 양산 통도사 회향식 행사에 참석한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모습이 화제가 된 건 그만큼 공개 행보가 흔하지 않아서다.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는 정치 선언 이래 현재까지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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