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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유동규는 가까운 사람…개인적으로 배신감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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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출석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와 국민의힘이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게이트를 설계한 이도, 유동규의 백마 탄 왕자도 이재명”이라고 했지만, 이 후보는 “장물을 가진 사람이 도둑이다. 금전 이익을 나눈 건 국민의힘에 가까운 인사들인 만큼 대장동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맞섰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아수라의 제왕인 그분은 누구인가. 1원도 안 받았다는 설계자는 돈을 만든 자, 돈을 가진 자 위에서 돈을 지배하는 자”라며 이 후보를 겨냥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제가 만약 진짜 화천대유의 주인이고 돈을 갖고 있다면 길 가는 강아지에게 (돈을) 던져줄지라도 유서대필 사건을 조작한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아들 같은 분에게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초과이익 환수 여부는 주요 쟁점이었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오전 질의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협약서에 포함돼야 했는데 결재 과정에서 7시간 만에 삭제됐다”고 한 뒤 오후 추가 질의에서 “화천대유에 왜 이렇게 이익을 몰아줬냐”고 따졌다. 이에 이 후보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게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게 팩트”라고 답했다.

이재명 12번 “흐흐흐” 야당 “국민 조롱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오전 도지사 자격으로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모니터 화면의 대장동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오전 도지사 자격으로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모니터 화면의 대장동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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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대장동 개발로 일부가 8500억원을 해처먹은 이 사건의 운명의 날은 2015년 5월 29일 성남의뜰에서 이사회를 한 날이다. 보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납득되지 않는다. 전형적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세부적인 내용은 보고할 이유도 없고,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여사들이 금융기관인데 돈은 당신들이 다 대고 왜 그 안에서 이익 배분을 1%(화천대유), 6%(천화동인)에게 몰아줬냐를 저한테 물으실 게 아니라 내부에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하나은행에 물어야 한다”고 했다.

배임 등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 후보의 관계도 쟁점이었다. 이 후보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해 “그 사람이 제 선거를 도와준 건 사실이고 성남시·경기도 업무를 맡긴 것도 사실이라 가까운 사람인 건 맞다”면서도 “정치적 미래를 설계하거나 수시로 현안을 상의하는 관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일을 맡겼던 부하 직원의 하나”라며 “공개 석상에서 ‘돈은 마귀다, 본인도 모르게 오염되니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고 수없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에 대해선 “참으로 안타깝고, 개인적으로 보면 배신감을 느낀다”며 “다시 한번 인사권자로서 직원 관리를 100% 못 한 점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이 후보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인터뷰를 하러 왔던 분이어서 전화번호부에 기록해 놓았고, 그 이후 한 번 본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이날 ‘돈 받은 자=범인, 장물 나눈 자=도둑’이라는 팻말 등 사전에 준비해온 10여 개의 팻말을 꺼내 들면서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특히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국제마피아파’의 행동대장 박철민씨의 진술서 등을 토대로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을 때는 열두 차례 “흐흐흐” 웃었다. 국민의힘은 국감장에서 이 지사의 웃음을 놓고 불쾌감을 표했다.

김연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 후보의 비웃음은 국민을 겨냥한 것이냐”고 논평을 통해 비난했다.

김 부대변인은 “누가 봐도 다분히 조롱이 섞여 있는 것으로 이해되기에 충분하며, 응답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 태도로서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왜 지금 영어의 몸이 되었느냐. 그중 한 사건이 이른바 삼성전자의 소송비 대납 아니냐”고 몰아세우자 이 후보는 “제가 선임한 것은 개인 4명, 법무법인 6명이고, 민변 전임 회장 등이 지지 차원에서 변론에 참여하지 않고 서명해준 게 있어서 총 14명”이라며 “금액은 2억5000만원이 좀 넘는다. 대부분 사법연수원 동기, 법대 친구들 등”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는 국민의힘 공세에 “학예회 하는 것도 아니고, 답할 기회를 달라” “내 말을 막는다고 해서 진실이 안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이해를 못 하시는 건지 일부러 그러시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철저하게 이 후보를 엄호했다. “대선후보에 선출되신 것을 축하한다” “고생이 많으시다”는 말로 질의를 시작하는 의원이 많았다. 행안위 22명 중 민주당 13명, 국민의힘 8명, 정의당 1명이라는 수적 우세를 십분 활용했다.

이날 유일한 비교섭단체 위원인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이 후보를 향해 “성과는 내 공로이고, 불법행위는 모르는 일이고, 상상을 초월한 이익은 예측할 수 없었다.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라며 “대장동 개발사업의 책임자가 누구냐”고 캐물었다. 이에 이 후보로부터 “개발사업의 최종 책임자는 시장인 제가 맞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은주 의원이 가장 날카로웠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이 지사 10여 차례 거짓말”

한편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국정감사에서 10여 차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성남시를 통해 대장동 자료를 다 제출했다’는 이 후보 답변은 “배당금 초과이익 환수 여부를 결정하는 사업협약 등 가장 중요한 2015년 2월부터 6월 사이 서류 일체가 빠져 있다”며 반박했다. 또 “새누리당 반대로 공공개발을 못 하고 민관합동 개발을 했다”는 발언도 이 후보가 2010년 성남시장 당선 후 민영개발 우선 입장을 취했다며 거짓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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