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PK(부산·울산·경남) 지역 토론회에서도 후보 간 공세는 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집중됐다. 이날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가나다순) 후보는 지역 현안과 정치 이슈를 놓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2강을 다투는 홍준표 의원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사건’ 수사를 언급하며 윤 전 총장을 압박했다. 홍 의원은 “대북송금 사건 때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수사를 안 받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징역 3년을 받은 공천 관여가 수사 대상이냐”고 캐물었다. 윤 전 총장은 “공천 관여보다도 국정원 자금을 가져다가 공천 여론조사 비용으로 쓴 걸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후보 도덕성 문제를 놓곤 이런 격론을 벌였다.
^홍준표= “한국 대선이 비리 후보들이 나온 ‘오징어 게임’이 되고 있다고 외신이 한탄하고 있다.”
^윤석열= “기사를 읽진 않았지만 홍 후보도 (비리 후보에) 해당하는 거 아닙니까?”
^홍준표= “왜 나를 걸고 들어가요. 윤 후보와 이재명 후보를 얘기하는 건데(웃음)”
윤 “노무현 수사? 어리석은 대통령이면 그렇게 할 것”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13일 제주에서 “다른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면 털리는데 일주일도 안 걸린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유 전 의원은 “정치 생활하면서 이런 모욕은 처음”이라며 “다른 후보에 대해서 말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은 “일주일도 안 돼 털린다는 뜻이 아니라 (여권이) 털기 시작할 것이라는 의미”라며 “자꾸 저보고 부패하다고 하니까 한 말이다. 인사청문회를 받아본 사람은 (후보 중) 저밖에 없지 않나”고 맞받았다.
이날 윤 전 총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가 정의실현이냐 정치 보복이냐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질문엔 “두 분에 대한 걸 이 잡듯이 뒤져서 한 건 아니다”며 정치 보복이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선 “수사에 관여하진 않았지만, 전직 대통령을 그런 식으로 (수사)한다는 건 정권에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아주 어리석은 정치인이나 대통령이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정치 보복의 기준’을 묻는 말엔 “조국 사태나 ‘이재명 아수라 게이트’처럼 저절로 드러난 건 처리해야 한다”며 “그러나 타깃을 찍고 1년 12달 계속 뒤져서 찾으면 그건 정치 보복”이라고 답했다.
원 전 지사는“민주당이 (윤 전 총장에) 반감을 넘어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데 여소야대 정국이 원활하겠느냐”라고도 물었다. 윤 전 총장은 “민주당에도 우리 당과 소통이나 대화가 되는 분들이 있다”며 “(정권 교체로) 행정권이 바뀌면 저 당과도 합리적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전 지사가 “민주당에서 합리적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 대체 누구냐. 김남국 의원이냐 추미애 전 장관이냐”고 되묻자 윤 전 총장은 “친문 라인이 민주당을 독재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같은 분도 있지 않았나”라고 답변했다.
劉 “윤석열 토론 갈수록 늘어” 尹 “유 후보 때문”
네 후보 모두 부산 지역의 핵심 현안인 가덕도 신공항을 두곤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윤 전 총장은 “PK 지역총생산(GRDP)을 376조원에서 500조 정도로 늘리겠다”고 했고, 홍 의원은 “부산은 국제금융 자유도시, 울산은 수소 경제 중심도시로 키우겠다”고 공약했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 취임 즉시 가덕도 신공항과 김해공항 장기 통합 플랜을 제시하겠다”고 밝혔고, 원 전 지사는 “한·일 해저 터널을 ‘하이퍼루프’(Hyperloop: 진공 튜브 운송수단)로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토론 말미 “가장 토론을 잘한 후보를 뽑아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유 후보가 정책 면에서 제일 잘한 것 같다”고 답했고, 홍 의원과 원 전 지사는 서로를 지목했다. 유 전 의원이 “윤 후보의 토론 실력이 갈수록 는다”고 덕담하자, 윤 전 총장은 “(유 전 의원이) 제 토론 실력을 늘게 만들었다”고 웃으면서 맞받았다.
오는 20일에는 국민의힘 책임당원 숫자가 수도권 다음으로 많은 대구·경북(TK) 지역에서 합동 토론회가 열린다. TK 토론회를 포함해 총 6차례 토론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