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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시작하는 서울대…비대면·대면 번복에 학생들은 혼란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학교가 18일부터 대면 수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오후 1시쯤 서울대 관정도서관. 정희윤 기자

서울대학교가 18일부터 대면 수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오후 1시쯤 서울대 관정도서관. 정희윤 기자

서울대가 18일부터 대면 수업을 점진적으로 늘리기 시작하면서 대학의 문이 약 2년 만에 본격적으로 열렸다. 캠퍼스 곳곳에는 학과 점퍼를 입고 사진을 찍는 학생들도, 같은 건물에서 나와 무리 지어 점심을 먹으러 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캠퍼스가 비교적 활기를 되찾아 이를 반기는 학생들도 있지만,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지점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혼란을 초래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세정 총장“거리두기 4단계여도 10월부터 대면 전환”

지난 8월 학생들에게 공지된 2학기 수업 운영안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 이하로 완화될 경우 정부의 방역 지침과 대학(원)별 가용 자원 범위 내에서 대면 수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10월이 되어도 수도권 거리 두기는 4단계가 유지되고 있어 학생들은 비대면을 예상했지만, 서울대는 10월부터 대면을 점진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지난 9월 중순 학내 구성원에게 메일을 보내 “적어도 10월부터는 대학의 교육과 연구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 코로나 19와 더불어 살기로 지혜롭게 전환하려고 시도하고자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 총장은 “백신 접종률의 지속적 증가 등 제반 상황의 변화를 종합해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하더라도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점진적으로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고 대학의 문을 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대면·비대면 번복에 원하는 강의 포기, 공간은 부족”

 18일 오후 12시 학생회관 식당에서는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가림막 등이 모두 설치돼있었다. 빈 자리는 거의 없었다. 정희윤 기자

18일 오후 12시 학생회관 식당에서는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가림막 등이 모두 설치돼있었다. 빈 자리는 거의 없었다. 정희윤 기자

하지만 비대면ㆍ대면 공지가 오락가락하며 학생들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난도 있다. 이날 오전 10시 45분 대면 수업을 듣고 나오던 양모씨(자유전공학부·17학번)는 “대면으로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자꾸 제시해서 시간표를 짤 당시 강의동 간의 이동 거리를 계산해 듣고 싶은 강의를 포기했다”며 “이렇게 대면으로 전환되는 수업이 적을 줄 알았으면 그냥 들을 걸 하는 억울함도 있다”고 말했다.

교내 시설이 아직 학생들을 수용할 준비가 안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씨는 “학생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아직 거리두기 때문에 공간이 폐쇄되거나 좌석을 축소해둔 상황이라 다음 수업을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을 쉽게 찾을 수가 없다”며 “결국 열람실 복도에서 노트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대면·비대면 수업이 혼재돼있어 비대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허점도 있다. 양씨는 “1교시가 대면이고 2교시가 비대면인데, 비대면 수업에서 발표한다고 하면 발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덧붙였다.

“수업 7개 중 1개만 대면…주거 문제 곤란”

멀리 사는 학생들은 1개의 강의를 들으러 학교로 와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용인에 사는 오모(경영학부·17학번)씨는 “수업을 7개 듣는데 강의 1개만 대면으로 전환됐다”며 “일주일에 한두 번 나오는데 집을 구하는 게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에 계속 공지가 바뀌다 보니까 주거 문제가 가장 곤란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울대는 학생들에게 단기숙소 임대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학생들에게 공지한 바에 따르면 서울대는 이날부터 두 달간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 100여 명, 시흥캠퍼스 연수원 등에 150여 명이 입주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관악구 대학동 공인중개사들과 협업해 보증금과 중개수수료 없이 단기 임대가 가능하도록 도와준다고도 했다. 이날 기숙사에 따르면 100명이 신청 완료했다고 한다.

10월 되자마자 대면 전환…“집중 더 잘 돼”

서울대가 18일부터 대면수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정희윤 기자

서울대가 18일부터 대면수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정희윤 기자

대면 수업을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지난 13일 100여명이 수용 가능한 경영대의 한 강의실에서 15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들은 마스크를 모두 착용하고 두 자리 이상 띄어 앉았다. 쉬는 시간이 되자 한 학생은 바로 교수에게 가서 질문하기도 하고, 동기들끼리는 반갑다는 듯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 수업을 듣는 김가람(경영학부·19학번)씨는 “코로나 19 이후 첫 대면 수업이라 낯설다가도 집중도 더 잘 되고, 마스크도 다 쓰고 있어 불안감은 덜하다”면서도 “식당 이용은 잘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경영학부·14학번)는 “동료들에게 배울 게 많아서 대면 수업이 좋다”며 “마음 편하게 수업 들으려고 2주 전에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이 수업을 대면으로 전환한 최종학 경영대 교수는 “교육의 목표가 강의를 통한 지식전달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토론들을 통해 동료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은데 화상 수업에서는 그러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제는 백신 접종도 많이 했으니 개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 된다”면서도 “얀센의 경우 돌파 감염의 위험이 크다는 결과가 있기 때문에 백신의 종류에 따라 부스터 샷을 맞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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