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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4시간 항만 가동은 시늉만…"물류대란 내년까지 간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물류 대란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서부 항만의 극심한 병목 현상 등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른 공급난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해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은 17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올해 경험하고 있는 많은 (물류 관련) 어려움들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장·단기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개한 경제 전문가 67명의 설문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45%가 공급망 병목 현상은 내년 하반기에나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15일(현지시간) 화물선이 LA항에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화물선이 LA항에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항만 주 7일 24시간 가동해도 한계"    

미국 수입 물류의 40%가 들어오는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에선 컨테이너를 내리지 못한 대형 화물선들이 하역을 기다리며 진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물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미 대형 마트들의 선반이 텅 비고, 일부 마트들은 구매 가능 수량을 제한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두 달도 더 남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수요는 급증했는데, 인력은 부족하고 항만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지난 15일 LA항 일부 터미널은 24시간 가동에 들어갔다. AFP통신에 따르면 롱비치항은 이보다 앞서 부분적인 24시간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13일 항만 지도부 등과 회의를 한 뒤 "LA항을 주 7일,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날 폭스비즈니스는 LA항 총책임자인 진 세로카가 "주 7일 24시간 운영이 (실질적으로) 언제부터 시행될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터미널 운영자들과 수입 업자들, 트럭 운송 회사들 모두를 설득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롱비치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 7일 24시간 운행'이 실제로 시행된다고 해도, 물류 대란이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컨테이너선에서 화물을 내려도 미 전역에 물건을 실어나를 육상 운송망이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한 항만 관계자는 "하루 3교대로 일할 트럭 운전사가 충분하지 않고, 24시간 동안 수백 개의 컨테이너를 내릴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다"며 "항구가 24시간 운영돼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운송 업계에선 트럭 기사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LA항에 쌓인 컨테이너들. [AFP=연합뉴스]

LA항에 쌓인 컨테이너들. [AFP=연합뉴스]

물가 상승률 5%대…경제 성장률 전망도 하향 조정 

바이든 정부가 항만 24시간 운영이란 타개책을 낸 후에도 부티지지 장관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은 이같은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티지지 장관은 장기 대책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인프라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프라 법안엔 170억 달러(약 20조 1960억원)의 예산이 항구에 배정됐다"며 "팬데믹 같은 상황에서 수요 불안정에 따른 병목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선 장기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 하원엔 상원을 통과한 1조2000억 달러(약 1425조 6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예산 처리 법안이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도로·항만·공항 등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물류 대란으로 인한 공급 부족이 물가 상승을 압박한다는 점이다. WSJ의 조사 결과 경제 전문가 67명은 오는 12월 물가가 전년 같은 달 대비 5.25%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미국은 지난 6월 이후 물가 상승률이 5%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CNN 등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물가 역시 전년 같은 달보다 5.4% 올랐다. WSJ에 따르면 다이와캐피털 아메리카의 수석 경제 전문가 마이클 모란은 현재 미국 경제가 "공급망 병목 현상, 노동력 부족, 초완화적 통화·재정 정책이 어우러진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라고 진단했다.

물가 상승 우려 탓에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됐다. WSJ 조사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올 4분기 경제 성장률 예측을 당초 5.4%에서 4.8%로 낮췄다. 때문에 ABC뉴스 등에 따르면 일각에선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가 결합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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