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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만원 코로나 알약치료제 임박…가난한 나라는 또 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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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알약 치료제 등장이 임박했지만, 부자 나라들의 ‘사재기 경쟁’에 밀려 저소득 국가의 치료제 확보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1년 전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제약사 머크가 개발중인 코로나19 알약치료제 몰누피라비르. [AP=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머크가 개발중인 코로나19 알약치료제 몰누피라비르. [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미국 제약사 머크의 코로나19 알약 치료제(몰누피라비르)에 대한 저소득 국가의 접근권을 우선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세계 보건 및 감염병 전문가들은 몰누피라비르가 승인되면 아프리카에 우선 배포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에 따르면 현재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률은 5% 미만으로, 접종률 70% 이상인 백신 부국과 큰 격차를 보인다.

코로나19 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실제 감염자의 15% 미만이 집계되고 있다. 제대로라면 공식 발표된 850여 만명이 아니라 약 5900만 명이 확진자란 얘기다. 이 때문에 감염 초기 복용해야 효과가 큰 알약 치료제가 아프리카에 우선 투입되면 무력화된 의료 시스템을 복구해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 170만 세트 선구매…한국등 아시아서도 쟁탈전

그러나 실상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미 몰누피라비르 시장은 부자국가들 위주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몰누피라비르가 FDA의 승인을 받으면 올해 170만 세트를 구매하기로 했다. 머크의 올해 목표 생산량의 20%에 달한다. 2023년 1월까지 350만 세트 추가 구매도 했다. 한 세트는 200mg 캡슐 4정을 하루 두 번, 5일 동안 총 40알 복용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미국의 계약 가격은 세트당 700달러(약 82만원)로 전해진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여기에 한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아시아 부유국들도 구매 협상에 나섰고, 유럽연합(EU)도 머크가 유럽의약국(FDA) 승인을 신청하는 즉시 구매 협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와 관련 마리앙겔라 시마오 WHO사무차장은 “백신 확보 경쟁처럼 알약 치료제 공급이 제한적일 경우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국가가 먼저 백신에 접근하고 있다”며 “치료제 시장을 장악한 부자 국가에 의한 ‘치료제 싹쓸이’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과 마찬가지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 국가들이 초기 치료제 확보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저소득국 복제약 공급한다지만…생산 시기 불투명

머크 측은 대안으로 ‘복제약 생산 면허 계약’을 내놨다. 8개 인도 제약사에 복제약 생산권을 넘겨 109개 저소득 국가에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복제약 구매국에는 1세트당 가격을 10~20달러(1만~2만원)로 낮춰 판매하고, 나라마다 차등 가격제도 도입한다. 여기에는 백신 접종률이 3%에 불과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 포함된다.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이는 치료제 제조법 특허권을 풀겠다는 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오히려 머크의 제안에 동의하는 국가에만 약을 판매하는 등 가격과 판매국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이미 복제약 보급 109개국에 브라질·말레이시아·페루·우크라이나 등 32개국이 제외돼 형평성 문제가 나온다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제약이 제때 생산·공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인도 제약사와 ‘생산 면허 계약’을 했다 해도 별도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고, 생산 가동을 위해 WHO의 생산 승인도 필요하다. 로이터는 이 과정에만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UN이 후원하는 공중 보건 기구인 MPP(Medicines Patent Pool) 이사회의 피터 메이바르듀크는 “복제약 구매 계약 대상에서 제외된 중산층 국가는 오히려 머크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잠재적인 공급 부족과 과도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부국이 다량의 치료제를 쓸어담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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