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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27억명 게임시장, 플랫폼의 진격 통할까?

중앙일보

입력

팩플레터 155호, 2021. 10. 15

Today's Topic
27억 명 게임시장, 플랫폼의 흑심(?) 통할까?

안녕하세요! '금요 팩플' 설문 언박싱입니다!
지난 화요일엔 ‘빅테크에 게임꽃이 피었습니까?’를 보내드렸죠. 이번 레터는 박민제·정원엽 기자가 함께 취재했는데요. 박민제 기자의 취재 후기를 먼저 전해드릴게요.

미션·피드백·리워드.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책 『게임인류』에서  게임의 구조적 공통점을 이 삼각 구조로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게임이 이용자가 미션을 수행하면 긍정적 피드백이 나오고, 이 피드백이 모여 레벨을 올리거나 게임 머니를 획득하는 리워드로 이어지는 구조를 택한다는 의미입니다.

언제부턴가 게임의 뼈대를 형성하는 이 삼각 구조가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십수년 째 방송가 인기 아이템인 서바이벌 방식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부터, 요즘 인기 절정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까지 다양하게 이 삼각구조를 차용하고 있죠. ‘전지적 독자시점’, ‘나혼자만 레벨업’, '달빛조각사' 등 인기 웹툰, 웹소설은 말할 것도 없구요. 레벨업, 아이템, 버프 등 게임 용어도 어느새 일상어가 됐습니다. 과거엔 소수만 즐겼던 게임이 점차 대중문화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간 방증이라 생각합니다. ‘게임의 사회화’라고나 할까요?

또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몰입하게하는 게임의 특성을 다른 분야에 접목하는‘게이미피케이션’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해 한참 품귀 현상을 빚었던 닌텐도 스위치의 링 피트 어드벤쳐의 경우 운동과 게임을 결합한 경우죠. 악당에 맞서 세계를 구하는 과정에서 플랭크, 스쿼트 등 운동을 하게 설계된 게임이에요. 순수 게임 재미는 떨어지지만, 하기 싫은 운동을 즐기면서(?) 할 수 있게 해준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1126만개가 팔렸습니다. (저도 한때 열심히 했으나 이미 중고시장으로…). 교육 서비스,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서도 게이미피케이션은 이용자 행동을 바꾸는 유용한 방법론으로 통합니다. 통상 게임이랑 거리가 먼 것 같은 회사들도 게임을 사업 내로 끌어들이고 있구요. 뉴욕타임스도 디지털 게임과 퍼즐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죠.

물론 최근의 게임 확산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큽니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즐길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도 이같은 흐름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요.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는 게임산업 전체 가치가 현재 영화와 음악시장을 합친 것보다 많은 3000억 달러(356조원)를 초과한다고 추정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게임 이용자는 총 27억 명이고 2023년 말까지 4억 명 이상이 새로 들어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용자 층도 달라지고 있어요. 기존 이용자는 61%가 남성이고 79%가 25세 이상이었지만, 신규 이용자는 60%가 여성이고 30%가 25세 미만이 될것이라고 합니다.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이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대규모 투자한 것도 이런 ‘게임의 사회화’를 예견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합니다. 디지털 세계에서 그들은 이용자 선호를 기가 막히게 알아내는 신(神) 레벨 고수들이니까요. 다만 이들이 자체 개발이라는 게임사 앞마당에서도 본업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진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신지 궁금합니다. 이제 게임과 플랫폼의 결합에 대한 팩플 구독자 분들의 생각을 같이 확인해보러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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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팩플레터(2021.10.12)에선 빅테크의 게임산업 진출이 성공할지 여쭤봤습니다.

응답자 4명 중 3명(76.7%)은 빅테크가 게임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셨습니다.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신 분은 23.3%에 그쳤습니다. 먼저 성공할 것이라고 보신 분들의 의견부터 살펴볼까요?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자원이 충분해서’(30.4%)와 ‘빅블러 현상으로, 타 산업과 결합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30.4%)이라 보신 분이 가장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디지털 시장서 성공 경험이 풍부한 빅테크 기업인 만큼 게임 산업에서도 일정 부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보신 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또 디지털의 문법은 '연결'인 만큼 게임 산업과 연결할 기존 서비스가 풍부한 점도 빅테크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측면이죠.

‘클라우드 게이밍 등으로 게임 산업 룰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주신 분도 19.6%였습니다. 클라우드는 빅테크의 주 전공이니까요. ‘유통 플랫폼의 힘을 확실히 쥐고 있어서’란 의견이 15.2%로 뒤를 이었습니다.

기타 의견을 남겨 주신 분 중엔 ‘성공은 하되, 자체 제작이 아닌 협력사(퍼블리셔, 플랫폼 사업자)로서 게임계에 자리 잡을 듯’이라는 분도 계셨습니다. 자체 개발에선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의미겠죠. 아마존이 지난달 출시한 뉴월드의 성공 전까지 10년간 실패를 거듭했던 것처럼요.

다음은 빅테크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신 분들의 답변입니다. 가장 많은 분들이 택하신 답변은 ‘게임 개발 및 게임산업의 문법이 빅테크와 달라서’입니다. 57.1%가 택하셨어요.

지난 달 팩플팀은 게임회사 넥슨의 프로젝트 MOD팀 신민석 디렉터를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20년간 게임을 만들었던 신 디렉터는 최근에 게임 제작 플랫폼을 만들고 있어요. 신 디렉터는  플랫폼 제작과 게임 제작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게임을 만들 땐 재미를 가장 우선 순위에 두지만 플랫폼을 만들 땐 기능적 측면의 편리함을 더 고민한다”고 답했습니다. 아무래도 플랫폼과 게임 제작 우선순위가 다르겠죠. 응답자 분들도 그런 측면을 생각하신거 같습니다.

‘게임업계의 견제 및 빅테크 독과점 견제 기조가 강해서’(35.7%)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최근 빅테크들이 지나치게 많은 산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커진 부분을 고려하신 걸로 보입니다. ‘빅테크 내 다른 부문에 비해 (게임산업 쪽) 경쟁력이 약해서’라는 답변도 7.1%를 차지했어요.

마지막으로 게임도 하겠다는 ‘넷플릭스, 미래 경쟁자는 누구일까요?’라는 주관식 질문을 드렸죠. 구글, 아마존, 소니, MS, 디즈니플러스, 라이엇게임즈 스팀, 테슬라, 닌텐도, 펄어비스 등 다양한 회사를 언급해주셨습니다. 특별히 긴 의견을 남겨주신 응답자분의 소중한 답변을 소개해 드릴게요.

●“스팀. 넷플릭스가 하고자 하는 클라우드 게이밍(혹은 게이밍 플랫픔) 역할을 스팀이 일정 부분 하고 있고 관련 분야에서 훨씬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

●“카카오나 네이버에서 보듯이 결국 사용자를 더많이 확보하는 확장(합종연횡 혹은 단독플레이)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 즉 모든 ‘플랫폼’을 표방하는 대상(업체)가 경쟁자가 될 듯”

●“동일선상에서 게임을 만들고자 시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미래 경쟁자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무슨 기업이라고 특정지을 수는 없지만 현재 MS, 국내로는 넥슨, 엔씨소프트 같은 거대 게임 기업들은 애초에 게임기반 산업을 탄탄히 다져놓고 독보적인 컨셉을 통해 많은 헤비유저들을 확보해놓으며 틈틈히 라이트유저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 또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팩플언박싱, 재미있으셨나요?
팩플은 여러분의 성장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저희는 다음 화요일에 다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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