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정부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기존 30%에서 40%로 상향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탄소 중립 기술 확보는 아직 걸음마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선 관련 핵심 기술 확보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 중립 기술 77%, 성과 ‘0’
18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2010년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공공 연구기관이 수행한 탄소 중립 관련 연구·개발(R&D) 2488건 중 77.8%(1934건)가 경제적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는 양 의원이 탄소 중립 관련 주요 9개 기관(한국산업기술진흥원·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한국재료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전기연구원·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최근 연도 성과분석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다. 경제적 성과란 사업화나 기술 이전을 통해 매출을 올린 사례를 말한다. 9개 공공기관이 2010년 이후 탄소 중립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입한 연구비는 총 4조3859억원이었다. 이 중 경제적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한 과제(1934건)에 투입한 연구비는 2조9499억(67.3%)에 달했다.
다만 경제적 성과 금액의 합은 투입한 연구비와 엇비슷했다. 양 의원은 9개 기관이 탄소 중립 기술로 올린 매출액이 4조820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총 연구비 4조3859억원보다 소폭 많다. 실적이 가장 좋은 분야는 청정화력 기술(2조8010억원)이었다. 특히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1000㎿급 초초임계압(USC) 주기기 시스템 상용화 기술’로만 올린 성과가 2조5840억원원에 달했다. 전체 탄소 중립 기술 실적(4조8200억원)의 약 58% 수준이다. 초초임계압 발전은 석탄 발전의 온도와 압력을 높여 발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그다음이 에너지저장(5165억원)·풍력(4349억원) 순으로 실적이 좋았다.
양산 단계 수준은 54건 불과
경제 성과가 아닌 기술 수준으로 평가했을 때 양산 단계(사업화)에 이른 탄소 중립 기술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양 의원이 9개 기관 탄소 중립 연구·개발 성과보고서에 나온 기술 수준 평가를 집계한 결과다.
통상 연구·개발 중인 기술 과제는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 지표를 통해 기술 성숙도를 판별한다. TRL는 9단계로 나뉘는데 사업화를 할 수 있는 양산 단계인 TRL 9에 해당하는 기술은 전체 2.1%(57건)에 불과했다. 실용화 단계인 TRL 7(시제품 성능평가)과 TRL 8(시제품 인증)에 해당 하는 기술도 각각 302건(12.1%)과 212건(8.5%)에 그쳤다. 전체 탄소 중립 기술 중 실용화 이상 수준에 이른 기술은 22.7%(571건)이었다. 9개 기관이 연구·개발 중인 기술 중 가장 많은 등급은 TRL 6(시제품 성능평가)으로 405건(16.2%)이었다.
양 의원은 “양상 단계인 TRL 9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실제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 준비가 돼 있음만 의미할 뿐 추가적 실증 과정이 더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2050년 탄소 중립의 장밋빛 청사진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인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