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자신이 겪은 교권 추락 실태를 낱낱이 밝혔다.
지난 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학교에서 겪은 분노일지 써 본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현직 고등교사라는 작성자 A씨는 “내가 나이도 많이 어리고, 여자고 키도 작아서 (학생들한테) 무시를 당하는 것을 고려하고 쓴다”며 운을 뗐다.
A씨는 먼저 “나한테 쌍XX를 한다”고 밝혔다. 양손으로 교사인 A씨에게 학생이 손가락 욕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A씨는 이어 “학생이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만져서 뺏으려고 했다. 교칙 상 원래 휴대전화를 걷는데 아이가 안 낸 거다. 수업시간에 걷고, 쉬는 시간에 다시 준다. 그런데 아이가 반항하면서 내 휴대전화를 집어서 던졌다”고 밝혔다. A씨는 “수업 중에 발표를 시켰더니 ‘아, XX 뭐래냐’라고 했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A씨는 “전달 사항을 말하는데, 어떤 아이가 못 들었나 보다. 내 면전에 대고 옆자리 짝꿍에게 ‘담임이 방금 뭐래?’라고 했다. ‘뭐라고 하셨어?’라고 하든지, 내가 없을 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A씨는 또 “무슨 말만 하면 ‘아, 어쩌라고요’라고 하거나, 혼내려고 하면 ‘영상 찍겠다’고 난리를 친다. 혼내면서 목소리가 높아지면 ‘아, 시끄러워. 왜 소리를 질러요?’라고 한다”며 “아이들에게 내 진심을 전달해보려고 직접 편지를 써서 돌리기도 했는데, 찢어서 버린 걸 발견했다. 이 이후로 아이들에게 조금 남아있던 정이 다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A씨는 “물론 예쁜 아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힘들게 하는 아이들 때문에 번 아웃이 와서 예쁜 아이들에게 사랑 줄 힘이 없다. 학기 초엔 이틀에 한 번씩 울었다”며 “나보고 ‘자질이 없다’고 하기도 하지만, 지난해 대학 졸업 후 신규로 갓 부임해서 열정도 넘쳤고 이것저것 많이 해보려고 했다. 충분히 아이들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더 잘하면 아이들이 알아주겠지 생각했다. 아이들 피자, 치킨도 먹이고 고깃집도 데려갔다. 월 1회 단합대회도 열어보고 별거 다 해 봤다. 그런데 힘들게 하는 아이들은 잘해 줄수록 얕보더라. 한 번 얕보이니까 계속 무시당하고 조롱당했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체벌이 있을 때도 심한 곳은 심했는데 금지되고 나서는 아이들 얼마나 더 날뛰겠냐. 고생이 많다” “우울증 비율 높은 직업 중 하나가 교사더라. 힘내라” “교사도 극한직업이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현직 교사라는 한 네티즌은 “부임 첫해 담임 맡았던 아이들 중의 한 명은 페이스북에 ‘XXX, 자를 것임’이라고 올렸다. 첫해부터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애정 쏟았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진심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