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談-강태욱] 오징어 게임, 구름빵, 추가보상청구권

중앙일보

입력 2021.10.18 05:00

업데이트 2021.10.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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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누가 돈을 벌었을까.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누가 돈을 벌었을까.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이를 보지 않았으면 대화에서 한참 동안이나 소외될 만큼 핫한 소재이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보지 못하고 대화에서 소외됐던 기억이 있던 필자는 핸드폰에 집중해 몰아보기를 시전했다. 소외에서 벗어나고픈 욕구는 글로벌하게 퍼져 있었던지 이 드라마는 릴리스 된 지 17일 만에 1억회 이상이 재생돼 기존에 넷플릭스에서 ‘위처’와 ‘브리저튼’이 가지고 있던 기록들을 넘어섰고,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이 이 시리즈를 보았다고 하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결국 세계적인 것이라는 구언을 다시 들춰낼 법하다.

오징어 게임이 많은 화제를 낳다 보니 누가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 그에 따라 권리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의 여러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나 보다. 예컨대, 투자사는 개발 비용 전액을 투자하는 것을 전제로 해외에서는 독점적 권리를 보유하고 더불어 추가 시즌이나 다른 장르의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권리인 2차적 저작물 작성권(영어식으로 하면 derivative right라고 부른다)에 대한 권리도 모두 이 투자사가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방식의 계약은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제작 시작부터 비용에 대한 고민 없이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에 빚더미에 안게 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오징어 게임처럼 대박이 난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그만큼 크지 않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의 문제는 저작권 분야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논의된 이슈다. 과거에는 러닝 로열티 개념의 라이선스료 없이 통으로 총액을 지급하고 저작권을 사오는 구조가 국내에서는 오히려 흔한 일이었다. 이처럼 별도의 인세 정산 프로그램 없이 일정액만을 받고 저작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통상 ‘매절(買切)’ 계약이라고 불렀다. 창작자(주로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에 대한 것이다)는 향후 지급의 예측이 어렵고 받을 시점도 먼 미래인 인세 정산 방식에 비해 지금 당장 정해진 목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출판사는 최초 비용 지출 이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유효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드물지 않게 이용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약자의 지위에 있는 창작자들이 지나치게 불리한 계약 조건으로 권리를 넘기는 일이 불공정하지 않나 하는 문제의식들이 제기되었다. 특히 하나의 콘텐트가 성공한 경우에 다른 장르에까지 널리 활용되는 OSMU(one source multi use) 모델이 일반화되면서 2차적 저작물 작성권과 관련한 이슈가 다수 제기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사안은 구름빵 사건이다.

‘구름빵’은 손으로 작은 종이 인형을 만들어서 삽화를 제작하고 이걸 다시 사진으로 찍어서 색다른 느낌을 주는 아동용 그림책이다. 구름빵은 큰 인기를 끌어 40만 권이 넘게 판매되었고,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고 한다. 이 작품의 작가는 2002년 출판사와 출판계약을 체결하면서 저작권을 양도하였는데, 그 대가를 받은 것은 계약금 850만원과 이후 전시회 등의 지원금 1000만원뿐이었음에 비해 회사 측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회사가 얻은 매출액은 20억원이었다고 한다. 구름빵 작가는 과거 출판사와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상대로 저작권양도계약의 해지 내지 양도 범위의 해석을 들어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패소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17816 판결)

이처럼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작가들에게 추가적인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창작자를 지원하자는 일명 구름빵 보호법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최근 수년간의 논의 끝에 공개된 저작권법 전부 개정안에도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보상청구권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기도 하였다.

개정 저작권법안(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것임은 유의하시길)에서 규정한 추가보상청구권은 창작자가 저작재산권을 양도하게 되더라도 양도 당시에 예측하지 못하였던 수익의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양수인에게 일정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오징어게임’의 흥행은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화두를 다시 던졌다.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흥행은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화두를 다시 던졌다. 사진 넷플릭스

계약은 지켜져야 하지만(pacta sunt servanda) 사정이 변경되면 계약도 변경될 수 있는데(clausa rebus sic stantibus), 일종의 사정 변경 원칙의 확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 권리는 ‘저작자’에게만 부여되고 사전에 포기는 불가능하지만, 계약일로부터 10년 내에서만 행사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나아가 저작권 양수인에게 수익 내역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저작권 양도 및 저작물 이용의 안정성을 지나치게 해치지 않도록 일정한 경우에는 적용이 제한되는데, 대표적으로 저작재산권을 양도하였더라도 수익을 비율분배 하는 것으로 계약하고 그 비율이 현저하게 불균형하지 않은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고, 저작권을 양도가 아닌 이용 허락하였거나 배타적 발행권을 설정한 경우, 영상저작물 특례조항이 적용되는 경우 등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미 당사자들의 합의한 계약을 법으로 바꿀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계약 자유의 원칙’에 비춰 다소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창작자의 보호를 위한 계약 변경이라는 이슈는 전 세계적으로 그리 드문 것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의 경우 저작권에 대한 양도 종결권(termination right)과 같은 권리가 있고(미국 저작권법 제203조 등), 독일의 경우에는 저작권의 ‘양도’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계약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법상 부여되어 있고 프랑스의 경우에도 유사한 취지의 계약 변경 요구권을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오징어 게임의 경우 앞서 본 추가보상청구권이 예정한 양도 당시에 예측하지 못하였던 수익의 현저한 불균형이 이미 발생하였는지는 의문이다. 투자사는 개발비의 전액을 투자해 결과물이 상업적으로 실패하더라도 그에 대하여 창작자가 손실을 보지 않도록 하는 리스크를 부담하였기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없어지는 순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창작자의 창작 욕구는 좀 더 잘 발현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공하면 다음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기존의 투자 구조에서는 한번 실패로 재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에서는 매체사와 제작사가 매칭 펀드 방식으로 제작 비용을 마련하였기에 제작사는 PPL사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야 하고 매체사는 선납이 아닌 후납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하였다. 또한 제작 과정에서도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시어머니 역할을 하던 것이 한국적 관행이었던 점들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관행이 오히려 문제이지 않았을까. 성공한 하나의 사례만을 두고 어떤 방식이 더 부당한 것인지를 따지기 전에 어떠한 권리 구조와 사업 모델이 헌법과 저작권법이 예정한 창작자의 창작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인가는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부의 개입이 있기 이전에 현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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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욱 변호사가 중앙일보 로담(Law談)에서 디지털 칼럼 ‘강태욱의 이(理)로운 디지털세상’을 새로 연재한다.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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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자문변호사/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저작권보호원 심의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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