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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민간 초과이익 환수 빠진 협약서, 성남시 알고도 손놨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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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 채혜선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 채혜선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가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고 사업협약을 체결하는 등의 절차를 진행하면서 심각한 오류를 저질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공사 이사회에서 ‘졸속 심사’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정황은 당시 이사회의 의사록 등에서도 확인된다. 이사회는 공사 주요 사안에 대한 의결권이 있는 최고의사결정기구다.

①“법률 검토 의견 다음에 설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 처장은 올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은 인물이다. 뉴스1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 처장은 올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은 인물이다. 뉴스1

16일 중앙일보가 확보한 공사의 제21회 이사회 의사록에는 대장동 사업에 대한 허술한 법률 검토 정황이 드러난다. 2015년 5월 29일 오후 3시부터 열린 이사회는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협약 체결안’ 등이 심의되는 자리였다. 특수목적법인(SPC)인 ‘성남의뜰’ 컨소시엄 수익 배분 구조 등이 담긴 사업 핵심 문서가 처음 공개됐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초과 수익이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담겨 있는 내용이다.

김문기 당시 공사 개발사업1팀장(현 개발1처장)은 “협약서가 대외비라 이 자리에서 드리게 됐다. 양쪽 다 자문변호사를 통해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협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 최종 의견을 오늘 오전에 받았다. 금일 오후 4시까지 최종의견서를 받기로 했으니 필요하시면 의견서를 가지고 다음에 다시 설명해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당시 이사 자격으로 참석한 유동규(52·구속) 기획본부장은 “향후 의견서를 이사님들에게 설명해 드렸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최병진 의장이 “변호사 검토를 받은 것은 법률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검토를 받은 것”이라며 “민간사업자에게 부당한 이익이 돌아가는 것인지 등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법률 자문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민간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협약서에 대한 검토였을 공산이 크다. 이사회가 열리기 전 공사에서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고, 이틀 전인 2015년 5월 27일엔 공사 내부 결재 과정에서 초안과 다르게 민간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협약서 수정안이 김 팀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법률 검토 의견이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사 관계자는 “공사에서 계약이나 협약 등을 진행할 땐 반드시 법률 자문을 거치게 돼 있다”며 “한쪽에게 과도하게 쏠리는 이익이나 리스크에 대한 변호사 의견이 그 자리에서 공개되지 않은 점이 의아하다. 다른 안건으로 이사회에 수차례 들어가 봤지만 이런 경우는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변호사 최종의견서가 오후 4시에 온다면 이사회를 한 시간 미뤘어야 했다. 그게 정상적인 과정이고, 그만큼 중대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지적했다.

②“협약서 검토 시간 부족” 반발도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 사진 JTBC 캡처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 사진 JTBC 캡처

사업협약서는 이사회 당일 보고되고 그 자리에서 의결됐다. 협약서를 그 자리에서 공개한 김문기 팀장에게 일부 이사들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정중완 이사는 “협약서를 이 자리에서 검토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사전 검토시간을 충분히 줬으면 더 좋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이사도 “전문성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을 보탰다. 최 의장도 “사외이사들에게 사전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수천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데 이 서류 하나 가지고 이렇게 한다는 것은 이사회의 존재 이유가 없지 않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최 의장 등 이사들은 “공사 일정대로 의결하겠다” “업무상 착오라고 본다”며 원안대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신속한 의결이 필요하다는 김 팀장 등 공사 측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공사 측은 이사회 약 2주 뒤인 2015년 6월 15일 성남의뜰과 사업 협약을 맺었다. 국민의힘 ‘대장동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사업비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관리나 견제 장치가 사실상 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③이사회엔 성남시 공무원도 있었다

성남시청 전경. 뉴시스

성남시청 전경. 뉴시스

21회 이사회 의사록의 이사·감사 서명록에는 당시 성남시 공무원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사정에 밝은 한 공사 관계자는 “성남시 공무원인 시 행정기획국장 등이 당연직 이사로, 예산법무과장이 감사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민간사업자에게 부당한 이익이 돌아가는지 등을 묻는 최 의장 의견에 감사를 맡은 문모 당시 시 예산법무과장은 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관계자는 “시장을 대신해 시 공무원들이 이사와 감사로 이사회에 들어온 것으로 안다”며 “이후 의결 내용 등이 예산법무과를 거쳐 시장의 최종 승인을 받은 후 효력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이사회 등에서 다뤄진) 중요 내용은 소위 ‘쪽지 보고’ 형식으로 간단히 정리해 시장에게 업무 보고를 했다”며 “시 공무원이 당시 이사회 구성원이었던 것만큼 성남시가 수익 구조 등 당시 문제점에 제동 걸 기회가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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