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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도로밑 ‘3474개 폭탄’…지하도상가 갈등, 출구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14일 오전 인천 부평지하상가에서 상인들이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부평지하상가는 2014년 11월 미국 월드레코드아카데미로부터 '단일면적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상가'로 세계기록 인증을 받았다. 출입구가 많고, 공간 구조가 비슷해 한 번 길을 잃으면 헤매기 일쑤여서 ‘미로’라고 불린다. 심석용 기자

14일 오전 인천 부평지하상가에서 상인들이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부평지하상가는 2014년 11월 미국 월드레코드아카데미로부터 '단일면적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상가'로 세계기록 인증을 받았다. 출입구가 많고, 공간 구조가 비슷해 한 번 길을 잃으면 헤매기 일쑤여서 ‘미로’라고 불린다. 심석용 기자

 전국 최대 규모인 인천 지하도상가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내년 2월부터 지하도상가 점포의 양도·양수·재임차가 금지되는 것을 두고 인천시와 상인들 간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양도·양수·전대 유예기간을 늘리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이 시의회에 올라오면서다. 개정안에 지하도상가의 용도를 바꿀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갈등이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이슈추적]

행정재산이지만 사실상 사유화

14일 오전 인천 부평지하상가에서 상인들이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부평지하상가는 2014년 11월 미국 월드레코드아카데미로부터 '단일면적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상가'로 세계기록 인증을 받았다. 출입구가 많고, 공간 구조가 비슷해 한 번 길을 잃으면 헤매기 일쑤여서 ‘미로’라고 불린다. 심석용 기자

14일 오전 인천 부평지하상가에서 상인들이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부평지하상가는 2014년 11월 미국 월드레코드아카데미로부터 '단일면적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상가'로 세계기록 인증을 받았다. 출입구가 많고, 공간 구조가 비슷해 한 번 길을 잃으면 헤매기 일쑤여서 ‘미로’라고 불린다. 심석용 기자

15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 내 지하도상가는 모두 3474곳으로 이 중 74%가 재임차 점포다. 인천시로부터 지하도상가 점포를 임대받은 점포주가 다시 다른 상인에게 점포를 임대하는 방식이다. 지난 2002년 인천시는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에서 행정재산인 지하상가 점포의 양도·양수·전대를 허용했다.

당시 인천시는 지하도상가 개·보수 비용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임대인이 개·보수비용을 직접 내고 그 비용만큼 임대 기간을 최대 20년까지 늘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임대인들이 사실상 반영구적 권리를 갖게 된 배경이다. 이후 점포주 대부분은 점포를 다시 임차하면서 공식 임차료보다 3~12배 높은 재임차료를 받고 있다. 2005년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신설로 지하도상가의 양도·양수와 재임차가 금지됐고 공공재산을 특정인이 사유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인천시의 미온적 대처와 상인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9년 감사원이 조례 개정을 하지 않을 경우 관계자를 징계하겠다고 인천시에 통보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인천시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인천시의회· 지하상가 점포주와의 줄다리기 끝에 지하도상가 점포의 양도·양수·재임차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수정했다. 다만 2022년 1월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행정안전부는 조례 적용을 위해 필요한 기간이라고 보고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진통이 계속됐다. 상인들이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전 재산을 들여 점포를 얻었는데 재임차를 막게 되면 한순간에 생계 터전을 잃는다”고 반발하면서다.

”사실상 상업시설 된 현실 반영해야“

공방전은 지난 14일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인천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안병배 인천시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안은 행정재산인 지하도상가의 용도를 폐지하고 매각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지하도상가가 도로보단 상업시설에 가까워진 현실을 반영해 어떤 방향이 공익에 가까운지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다. 안 의원은 “지하도상가 문제는 20년간 폭탄 돌리기 식으로 계속됐다”며 “행정재산을 지상과 지하로 나눠 구분지상권을 설정하면 지하 부분(상가)의 행정재산을 폐지하고 일반재산으로 바꿔 매각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용도변경은 법 고쳐야 가능” 

인천시는 용도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제처 유권해석 결과를 토대로 ▶지하도로는 지하공공보도시설을 포함하고 있어 지하도상가를 분리·변경할 수 없는 점 ▶지하도상가에 대한 구분지상권 설정 여부는 도로법 적용 대상이 아닌 점 ▶행정 목적 및 사용 형태 등에서 본래 기능인 지하도로로서 공유재산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든다. 지하도상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4개 법에 따라 지하도로에 해당하므로 도시계획시설 ‘지하도로’에서 해제하는 건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다.

지난 8월 10일 오전 10시쯤 서울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모습. 중앙포토

지난 8월 10일 오전 10시쯤 서울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모습. 중앙포토

‘개정 조례안’은 이번 달 20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인천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상위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행정안전부에 재의를 요구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갈등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서울시가 ‘서울시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를 통해 20년간 허용한 지하도상가 임차권 양수·양도를 금지하면서 논란이 일었고 행정소송으로 번졌다. 인천시 관계자는 “개정안의 상위법 충돌 여부를 충분히 논의할 예정”며 “기존 조례대로 하면 내년 1월 31일 지하도상가 양도·양수·재임차 금지 유예가 끝난다. 최대한 지하도상가 임차인과 소통해 상생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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