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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할수 없는 몸 됐다" 재택종료 조짐에 떨고있는 직장인들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월 2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재택근무에 들어간 공무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재택근무에 들어간 공무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오는 11월부터 정부가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예고하면서 그동안 재택근무를 실시했던 기업들도 ‘출근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대기업을 시작으로 해외 출장과 대면 회의 등 일상 업무와 영업 활동이 재개되자 직장인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출퇴근 까마득” vs “재택으로 업무 가중”

재택근무 종료를 공지받은 기업의 일부 직원들은 벌써부터 출퇴근 스트레스와 육체 피로를 걱정하고 있다. 안양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1년 째 재택근무 중인데 이미 출근을 할 수 없는 몸이 돼 버렸다. 편도 1시간 30분 출근길을 버틸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고 말했다. 재택근무의 장점을 내세우기도 한다. 오모(30)씨는 “평소 사람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데 혼자 일을 하다 보니 오히려 집중도 잘 되고 업무 효율성도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일상의 ‘정상화’를 기다리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재택근무로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졌는데, 이젠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출근을 반기는 것이다. 6년차 직장인 B씨는 “바쁠 땐 회사에 나갈 때보다 야근과 주말 근무를 더 심하게 한 것 같다. 다른 동료도 나처럼 ‘집에 있는데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면 소통이 불가능해 후배 직원의 업무 피드백을 바로바로 줄 수 없다 보니 업무가 가중됐던 것 같다”며 “퇴근과 동시에 일 생각을 안 할 수 있던 예전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재택하고 싶어도 평가체계 미비”

재택 근무는 인사팀 직원들에게도 고민거리다. 대기업 인사팀에 근무 중인 김모(33)씨는 “인사팀 직원들도 매일 출근이 달갑지는 않지만, 재택 근무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인사 측면에서는 성과관리, 평가가 가장 문제”라며 “직원 평가 항목에 정량적 측면과 정성적 측면이 있는데, 비대면 환경에서는 정성적 부분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어 새로운 평가체계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pxhere]

[사진 pxhere]

재택근무로 워라밸도 양극화되나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달 기업 403개사를 대상으로 ‘재택근무 확대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 72%가 산업 전반에서 ‘재택근무가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감염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어서’(62.8%ㆍ복수응답)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디지털전환 등 산업 구조, 트렌드가 변하고 있어서’(53.1%)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도 근무 형태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택근무를 하면 근로시간이 줄거나 노동강도가 약해질 수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론 근로자와 사측이 근로 형태를 두고 협상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며 “협상적인 관점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이어 직무에 따라 재택근무 적용 여부가 갈리면서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또한 양극화될 거라고 전망했다. 그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근로자는 주로 소득이 높고 고숙련자인 전문직들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라며 “재택근무 가능 여부에 따라 소득은 물론 삶의 질도 격차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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