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장동 비리의 주범이다. 청와대가 아닌 감옥으로 가야할 사람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17일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연관설을 제기하며 적은 글이다. 지난 15일 “더러운 후보를 상대하려면 깨끗한 후보만이 본선에서 압도할 수 있다”는 주장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홍 의원은 연일 이 후보를 향한 원색적 비난을 이어가고 있지만, 민주당이나 이 후보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반면 민주당과 이 후보 측은 공세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집중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윤석열 후보는 평생 검사로 살아오신 분이다. ‘검사 마인드’로는 대한민국을 끌고 갈 수 없다”며 “경제·민생·국방·외교 등의 문제를 끌고 갈 수 없다는 게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 과정에서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해 12월 자신에게 내려진 ‘정직 2개월’에 반발해 낸 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지난 14일)하자 송 대표는 “분명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지난 15일)고 주장했다. 지도부도 “국회에서 탄핵당했어야 했을 사안”(김용민 최고위원), “후보직에서 사퇴하라”(김영배 최고위원)며 윤 전 총장을 거세게 몰아세웠다.
“윤석열이 본선 나올 것 같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의뢰로 한국갤럽이 조사한 ‘국민의힘 후보 선호도’(지난 13일 발표)에선 홍 의원이 31.2%를 얻어 오차 범위 내에서 윤 전 총장(30.1%)을 앞질렀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화력을 윤 전 총장 비판에 집중하는 데는 ‘어대윤’(어차피 대선후보는 윤석열)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17일 “지금은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에서) 앞서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긴 하지만 당원 투표 비중(50%)이 큰 국민의힘 경선 구조상 “당원 결집력이 강한 윤 전 총장 측이 이길 것”(민주당 서울권 중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선 윤 전 총장이 56.1%의 지지를 얻어 홍 의원(32.7%)을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윤석열 집중 공격’은 당내 경선 후유증 극복을 위한 포석이라는 측면도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외부의 적’이 선명해야 ‘명·낙 대전’ 후유증을 조기에 극복할 수 있다”며 “지지층 전반이 적대감을 갖는 윤 전 총장이 가장 좋은 대상”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검찰이 윤 전 총장 관련 의혹 중 하나만 기소해도 윤 전 총장엔 타격이 클 것”이라며 “그러면 이재명 후보를 향한 대장동 의혹의 숨도 죽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본선에선 洪과의 대결이 유리”
민주당의 대응엔 홍 의원이 윤 전 총장보다 본선 상대로는 덜 버겁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윤 전 총장은 ‘반문(반문재인) 투사’라는 상징적 이미지가 여전하지만 홍 의원은 정권교체 심리를 응집할만한 상징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게 민주당 인사들의 생각이다. 한 친문 인사는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핍박받았다는 ‘피해자 코스프레’로 비교적 용이하게 반문 전선을 규합할 수 있지만 홍 의원은 ‘보수 인사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홍 의원이 본선에 나가면 보수 진영 결집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입장에서 홍 의원은 이미 한 번 쉽게 이겨본 상대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나온 홍 의원은 24.03%를 득표하는 데 그쳐 41.08%를 얻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크게 졌다.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는 “당시 홍 의원의 약점으로 분석된 당내 조직 결여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캠페인 역량에서 이 후보와 민주당을 앞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고 올라온 洪…민주 일각선 재평가 움직임
그러나 최근 홍 의원이 상승세를 지속하자 당 일각에선 “윤 전 총장보다 홍 의원이 더 까다로운 상대일 수 있다. 전략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서울권 중진)는 의견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과거 홍 의원은 돌출행동과 불안한 정치의 대명사였지만 지금은 여·야 후보 중 가장 뚜렷한 안정감을 보인다”며 “만일의 경우에 대한 대비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업체의 전국지표조사(NBS) ‘이재명 대 홍준표’ 양자 대결에서 홍 의원은 전주보다 3%포인트 오른 40%로, 3%포인트 내린 이 후보(37%)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같은 날 발표된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선 홍 의원(39.3%)과 이 지사(39.9%)의 지지율 차이가 불과 0.6%포인트였다. 반면 ‘이재명 대 윤석열’ 양자 대결에서 윤 전 총장은 이 지사에 각각 4%포인트(NBS), 5%포인트(한국리서치) 뒤졌다.
호남의 한 초선 의원은 “각종 의혹이 적지 않은 윤 전 총장보다, 상대적으로 흠결이 적은 홍 의원이 이 후보에겐 더 어려운 상대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노련한 홍 의원이 본선에 올라오면 토론회를 더 세심하게 챙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 의원은 17일 오후 페이스북에 “(이 후보가) 같은 ‘비리 후보’라야 대선을 치르기 쉽다고 보는 것 같다”며 “오로지 윤석열만 야당 후보로 보고, 치고 받고 하는 전략이 과연 주효할지 두고 보겠다”라고 적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